사우디아라비아가 위치한 아라비아반도 남단 동쪽에 오만(Oman)이라는 사막의 나라가 있다. 수백만 년 전, 오만의 오지(奧地)인 와디 라와이니(Wadi Lawayni)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지하로부터 특이한 암석층이 지상으로 올라와 그대로 굳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 암석층의 표면 암석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끊임없이 결합하여 자잘한 검은색, 흰색, 청록색 등의 돌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의 지형은 특이하기 때문에 지질학자들만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찾아온다.
이 지역에 길게 솟아 있는 알 하자르(Al Hajar)는 사막 속의 특별한 산맥이다. 전체가 바위인 이 산맥의 표면을 덮고 있는 암석은 수백만 년을 두고 이산화탄소와 화합하여 부스러기가 되었다. 이런 반응이 일어나면 결과적으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은 그만큼 감소되었다.

알 하자르 산맥은 아라비아반도의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에 걸쳐있는 높고 큰 산맥이다. ‘하자르’는 ‘바위’라는 뜻이다. 사막이 둘러싸고 있는 이 산맥은 평균 폭이 약 60km이고, 길이는 약 500km이며, 최고봉의 높이는 3,009m이다. 과학자들은 약 3천만 년 전, 아라비아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이 분리될 때 이 거대한 바위 산맥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알 하자르 산맥에서는 지하로부터 수소 가스가 지금도 뿜어져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곳의 계곡물에서 발생하는 기포에 불을 붙이면 수소가 불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지역 곳곳에서 솟아나는 지하수에는 각종 미네랄(무기물)이 포화상태로 녹아있기 때문에, 그 물이 흘러나가는 주변은 마치 서리가 내린 듯이 하얀 소금 같은 결정체로 덮이게 된다.

사진의 계곡물은 특이하게 우유처럼 흰색이다. 이것은 물에 포화상태로 녹아 있던 칼슘(Ca)이 공기 중의 탄산가스(CO2)와 순식간에 화합하여 석회석(CaCO3)으로 변한 때문이다.

이 지역의 지하수에 녹아있는 칼슘이 이산화탄소와 만나면 흰색의 석회석으로 변한다. 수천 년 동안 계곡에 흘러내린 물은 사진과 같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석회암의 층계(層階)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암석 계단을 지질학자들은 트레버틴(travertine)이라 한다.
알 하자르 지층의 신비
뉴욕에 있는 라몽-도허티 지구연구소(Lamont-Doherty Earth Observatory)의 지구과학자 켈러멘(Peter Kelemen)은 알 하자르 산맥에서 볼 수 있는 지각의 신비를 연구하여, 지구가 당면한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즉 그는 화석연료를 태워 과량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이곳 지층의 암반 속으로 밀어 넣어, 석회석(탄산칼슘)으로 변하게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알 하자르 산맥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암석층은 이곳에서만 발견된다. 즉 인간이 개발한 깊은 광산이나 석유 시추공에서는 이곳과 같은 암석층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알 하자르의 암석층은 지하 수십 km나 되는 아주 깊은 곳에만 존재한다.
알 하자르 지역에 비가 내리면, 빗물은 바위 틈새로 침투하게 된다. 이때 스며든 빗물에는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으므로, 이들이 심층의 암석 성분과 화합하여 그곳의 암석을 검은색, 흰색으로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이런 반응이 수천 년 계속되면서 바위 틈새는 점점 넓어질 것이고, 경우에 따라 암반은 갈라지면서 그 모습을 지상에 드러내게 된다.
물과 이산화탄소가 만나면 탄산수라는 산성 물질로 변하여 칼슘과 쉽게 결합한다.
CO2 + H2O → HCO3– + H+
켈러멘의 계산에 의하면, 알 하자르 지역(면적 약 3,2000km2)에서 매년 50,000-100,000톤의 이산화탄소가 자연적으로 석회화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인류가 매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100억 톤이므로, 서로는 양적으로 비교가 안된다. 그러나 켈러멘과 그의 연구 동료들은, 이곳의 암석층을 잘 이용하여 1년에 10억 톤 정도를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켈러멘 연구 팀이 오만의 와디 라와이니 지역에서 지층을 연구하기 위해 지각 시추작업을 하고 있다. 드릴 탑 뒤에 알 하자르 산맥의 일부가 보인다. 켈러멘 팀에는 그와 20년 이상 공동연구를 해온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의 지질 화학자 매터(Juerg Matter)가 있다. 사진은 이들 연구팀이 지하 400m까지 심층의 암석을 분석하던 2018년의 모습이다.

켈러멘 팀이 시추작업으로 파낸 검은 돌은 페리도타이트(peridotite, 감람암橄欖巖)라 불리는 암석이다. 이들은 칼슘, 마그네슘, 규소, 이산화탄소가 서로 결합해 있다. 이들이 검게 변한 것은 지하로 스며든 지하수 속의 이산화탄소와 결합한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깊은 암석층
화산의 나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에는 지열을 이용하는 지열발전소가 다수 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고온의 가스 중에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사우샘프턴 대학의 매터는 아이슬란드의 지열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71톤을 물과 함께 지하 400m의 암반 속으로 고압으로 밀어 넣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지하로 내려간 이산화탄소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산화탄소는 함께 내려보낸 물에도 녹아 있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지하의 암석(core)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가 없어진 원인은 그곳의 암석이 모두 흡수해버린 때문이었다. 이 사진은 깊은 지층의 암석이 이산화탄소와 결합하여 회색의 탄산칼슘으로 변한 모습이다. 이때의 연구 결과는 2016년에 <Science>에 발표되었다. 현재 이 방법으로 1년에 10,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석회화하고 있다.

오만의 산맥을 이루고 있는 바위의 표면에 흰색 줄이 가득하다. 이 부분은 암반 틈새로 들어간 물속의 이산화탄소와 칼슘 성분이 결합하여 석회화된 것이다.
켈러멘과 매터 두 과학자는 알 하자르 산맥의 암반에서 발견되는 흰색의 암석에 대한 지질연대를 측정해 보았다. 결과는 5,000년 정도로 밝혀졌다. 이것은 이 지역의 암석이 석회화되기 시작한 역사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두 과학자의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됨에 따라 2020년에는 오만에 ‘바위 속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회사’(Omani company)가 설립되었다. 이 회사의 설립자 하산(Talal Hasan)은 앞으로 이 지역에 5,000개의 암반 구멍을 뚫어, 매년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바위에 저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바위 속으로 밀어 넣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밀어 넣을 때는 물과 함께 압송(押送) 해야 한다. 사막의 나라인 이곳에서 물은 어디서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구할 것인가? 이들을 밀어 넣을 수천 개의 기계 장비의 비용은 얼마나 될 것인가?
관계 과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필요한 물의 양은 미국 미조리강에 1년 동안 흐르는 양의 4분의 1이라고 한다. 현재 관계자들은 2050년까지 오만의 사막에 대규모 태양발전소(면적 600km2)를 건설하여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으로 모든 에너지를 감당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현재 인류는 매년 2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해야 한다. 그렇다면 오만에 세워질 시설은 지구 전체에 20개나 있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왔다. 그러나 핵융합 원자로에서 무한대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온실가스를 제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므로 온갖 방법이 다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 아마존과 열대 아시아의 정글을 보호하고, 전 지구적으로 광대한 숲을 조성해야 한다.
* 바다에서는 식물 플랑크톤이 왕성하게 증식하도록 하여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 이산화탄소를 바위 속에 경제적으로 저장하는 방법이 더 연구되어야 한다.
* 조개, 소라, 굴, 게 등(석회 동물)의 껍데기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지상 또는 해저에 저장한다. 석회 동물은 해수 속의 이산화탄소와 칼슘 성분으로 그들의 껍데기를 만든다. 그 껍데기의 45%는 이산화탄소이다. 껍데기를 바다에 버리면 다시 이산화탄소와 칼슘으로 분리된다.
* 바다의 산호(coral)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저장하고 있는 지구 최대의 보관 창고이므로, 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환경을 보호한다.
지구가 탄생한 태초의 대기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로 가득했다. 화산에서는 지금도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고 있다. 수억 년이 지나는 동안 그토록 많던 온실가스는 바다에 무성했던 석회 동물(유공충, 산호, 조개류 등)의 껍데기와 석회식물(플랑크톤류)의 세포벽으로 변하여 해저에 저장되었다. 지상에서 발견되는 엄청난 양의 석회암은 모두 고대의 석회 생명체의 사체가 퇴적되어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대자연은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 바위’(석회암) 상태로 저장했다. 자연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에게서 배우는 것이라 생각된다. – YS
참고문헌
Journal: P. Kelemen et al. Initial results from the Oman Drilling Project Multi-Borehole Observatory: Petrogenesis and ongoing alteration of mantle peridotite in the weathering horizon.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olid Earth. Vol. 126, December 3, 2021.
Journal: P.B. Kelemen et al. Engineered carbon mineralization in ultramafic rocks for CO2 removal from air: Review and new insights. Chemical Geology. Vol. 550, September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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