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오아시스, 태양 없이도 생명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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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수심이 수천 미터에 이르는 심해 바닥에는 지상의 지형과는 전혀 다른 거대한 해저 골짜기, 즉 해구(海構)가 존재한다. 이곳에는 지상의 온천처럼 뜨거운 물과 황(유황) 가스가 섞인 기체가 솟아나는 해저 굴뚝(분기공)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극한 환경의 해저 분기공 근처에 수많은 생명체가 활발히 서식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높은 수압, 완전한 어둠, 황 가스가 가득한 독수(毒水) 속임에도 불구하고 장님게, 거대한 조개, 소라, 그리고 털이 가득한 입이 없는 관충(管蟲)과 같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해저 분기공 근처를 ‘심해의 오아시스’라고 부르며, 계속해서 새로운 생태계를 발견하고 있다.

심해 잠수정을 이용한 조사에 따르면, 수심 10,000m에 이르는 곳에서는 수압이 무려 1,000기압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물들은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어 과학자들에게 큰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더 나아가, 해저 분기공 근처의 환경은 지구가 처음 탄생했던 당시의 환경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심해저 환경의 생태학적 비밀

심해저의 독특한 환경은 생명체의 생존 비밀을 밝히는 열쇠를 제공한다. 심해 바닥에서 솟아나는 물의 온도는 무려 650℃에 달하기도 하며, 이 물에는 황가스, 메탄가스, 그리고 다량의 무기 염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조건은 커다란 관충이나 축구공 크기의 조개가 서식하는 데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생명체의 몸속에 수백억 개의 황세균이 공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개 500g당 약 100억 개의 황세균이 발견되었다.

황세균은 황화수소와 산소를 결합하여 황산이나 황산염을 생성하는 독특한 합성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태양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물속의 이산화탄소와 물을 결합해 생명체에 필요한 탄수화물을 합성한다. 이러한 과정을 ‘화학합성(chemosynthesis)’이라 부른다. 심해의 오아시스에 사는 동물들은 황세균이 화학합성으로 생성한 탄수화물을 기본 영양분으로 삼아 먹이사슬을 유지하고 있다.

심해 생물 계속해서 새롭게 발견돼

미국 슈밋 해양연구소는 2024년 1월 8일부터 2월 11일까지 칠레령 폴리네시아의 라파 누이섬(이스터섬)까지 이어지는 해저 산맥을 탐사하며 약 100여 종의 새로운 생물종을 발견했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유령처럼 하얀 바다수세미, 반짝거리는 눈과 가시 달린 다리를 가진 바닷가재, 이전에 보고된 적 없는 성게, 불가사리, 바다 백합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발견은 심해 탐사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키며 심해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알 수 있다.

영국 국립해양학센터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24년 7월 25일, 수심 4,000m 이상의 심해저에서 예상 외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을 포함해 전 세계 9개국 13개 연구기관의 연구자 21명이 참여해 진행됐다.

1950년대 태평양에서 발견된 클라리온-클리퍼톤 존(CCZ)은 망간, 니켈, 코발트 등 산업용 금속 자원이 풍부한 심해 지역으로, 경제적 가치로 인해 심해 채굴의 주요 후보지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지역에서 12차례 탐사를 통해 5만 마리가 넘는 심해 생물을 기록하며 심해 생태계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확인했다.

조사에 따르면, 단단한 외피를 가진 연산호와 거미불가사리, 외피가 없는 말미잘, 스폰지, 해삼 등이 서식하고 있었다. 연구를 이끈 에릭 사이먼 레도 박사는 “심해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생물종을 발견했다”며, “심해 채굴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조사하고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심이 깊어지면서 면적당 생물 수는 감소했으나, 생태다양성을 오히려 증가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생태다양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알려진 기념 통념을 뒤엎은 결과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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