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부를 투시하고 진단하는 의사, 李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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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재미있는 논문이 나왔다. 난해하기만 한 이상의 시 <오감도>를 물리학적 관점으로 해석한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학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태균, 임혁준 학생이 <오감도 시제4호>의 의미를 밝혔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태균 학생(제1저자), 임혁준 학생(제2저자), 이수정 교수(교신저자)

두 학생은 <오감도 시제4호>의 ‘숫자판’을 입체화하고 전자기학적인 원리를 찾아냈다. ‘이상 시 연구의 새로운 활로’로 평가받는 이번 논문에서는 <오감도>를 ‘MRI처럼 환자(세상)의 내부를 투시하고 진단하는 작품’으로 정의한다. 또, 시인이야말로 사회 내부를 투시하고 진단하는 ‘의사’라는 이상의 소명 의식이 담겨있다고 평한다.

다음은 논문의 요약이다.

[그림1] 「오감도 시제 4호」원문(우측). <조선중앙일보>에 발표된 「오감도 시제4호」 원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숫자판인데, 뒤집힌 형태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단 0∙1’을 자세히 살펴보면, 숫자 ‘0’과 ‘∙’는 좌우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지만, 숫자 ‘1’의 머리 부분 삐침으로 보아 좌우 반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진단의 내용이 좌우 반전이 아니라는 의미이며, 진단서(숫자판)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야 함을 시사한다.

[그림2] 「오감도 시제 4호」의 숫자판 부분을 앞쪽으로 말아주는 과정.

우측 원기둥의 제일 밑과 위에서 진단 내용인 ‘0∙1’이 만들어지며, 숫자들이 똑바로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숫자판을 앞쪽으로 말아 원기둥을 만들면 독자는 원기둥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독자와 독자가 살아가는 세상이 의사인 이상이 진단하는 대상이 된다.

[그림3] 숫자판을 앞으로 말아 만든 원기둥에 “0•1”이 겹치도록 새로운 원기둥을 연결한 모습 및 단절 없이 반복되는 ‘1 2 3 4 5 6 7 8 9 0’ 수열과 •의 나선형 경로 방향을 표시한 모습(좌측), 숫자판으로 만든 원기둥의 윗면과 아랫면을 연결하여 토러스 형태로 만들어 준 모습(우측).

‘9’ 뒤에 ‘0’이 이어진다는 사실은 수열이 ‘1 2 3 4 5 6 7 8 9 0 1 2 3…’처럼 반복될 것임을 암시한다. ‘1 2 3 4 5 6 7 8 9 0’의 수열을 단절 없이 계속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두 가지다. [그림3]처럼 원기둥의 위와 아래에 있는 ‘0∙1’을 겹치도록 무한히 많은 원기둥을 연결하거나, 원기둥의 윗면과 아랫면을 연결해 토러스 형태로 만들면 된다.

[그림4] 숫자(‘1 2 3 4 5 6 7 8 9 0’)가 이루는 경로(빨강, 주황, 노랑, 파랑, 보라)와 ‘•’가 이루는 경로(초록)를 「오감도 시제4호」의 숫자판에 표시한 모습(우측) 및 그 숫자판을 말아서 만든 토러스 구조 상에서 경로들이 폐곡선을 이루는 모습(좌측).

숫자들로 이뤄진 폐곡선들은 닫힌곡선을 따라 선 적분한 값이 곡선이 만드는 내부 영역의 회전을 면 적분한 값과 같다는 스토크스 정리를 「오감도 시제4호」 숫자판 해석에 적용하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또한 변화하는 숫자(1 2 3 4 5 6 7 8 9 0) 경로 옆에 ‘∙’의 경로가 존재한다. 변화하는 숫자는 델 연산자(▽)를 연상시키며, 이 두 경로가 나란히 있다는 점에서 델 연산자와 ‘∙’을 결합해 ‘∇ ∙’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발산(Divergence)을 나타내며, 원기둥 표면을 따라 발산 정리를 시각화한 것이다.

토러스 구조는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분리된 ‘닫힌 공간’이다. 따라서 숫자판은 토러스 내부 공간의 경계가 되며, 0부터 9까지의 숫자로 정의된 경계조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헬름홀츠 정리(Helmholtz theorem)를 적용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인 발산, 회전, 경계조건이 모두 갖추어졌다. 따라서 헬름홀츠 정리에 따라 원기둥 내부 ‘환자’의 존재성과 형태의 유일성을 보장할 수 있다.

논문명, 저자정보

– 저널명 : 한국시학연구 제79호 (한국시학회 발행, 2024. 08. 31, KCI 저널*)

* 한국연구재단에서 주관하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orea Citation Index, KCI)에 등재된 저널

– 논문명 : 「오감도 시제4호」에 구현된 내부 진단의 전자기학적 원리

– Risang Torus(숫자판 인터랙티브 프로그램) 무료 다운로드 링크 :

https://github.com/hjabo/Risang-torus/releases

– 논문 무료 다운로드 링크 :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3112980

– 저자 정보 : 이태균(제1저자, GIST 물리‧광과학과 학사과정 3학년), 임혁준(제2저자,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학사과정 3학년), 이수정(교신저자, GIST 기초교육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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