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시계의 숨겨진 비밀
인간은 왜 밤에 잠을 자야 할까? 이 단순한 질문 뒤에는 놀라운 과학적 비밀이 숨겨져 있다. 수리생물학자 김재경 교수는 수학을 통해 의학과 생명 과학의 문제를 연구하며, 생체 시계의 신비를 풀어내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생체 시계가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밤을 새우면 왜 잠을 오래 못 잘까?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우고 아침에 잠자리에 들어도 생각보다 오래 잠들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아데노신과 멜라토닌이라는 두 가지 호르몬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아데노신은 깨어 있는 동안 쌓여 졸음을 유발하지만,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으면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멜라토닌은 밤 10시부터 아침 6~7시 사이에만 분비되므로, 이 시간을 벗어나면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생체 시계는 뇌 속에 있다

사람이 해가 없는 깜깜한 동굴에 들어가도 수면 패턴이 유지되는 이유는 뇌 속에 생체 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생체 시계는 현재 시간이 몇 시인지를 알려주며, 그에 따라 호르몬 분비를 조절한다. 김 교수는 “생체 시계를 망가뜨리면 생존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강조한다.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박테리아, 식물, 곤충 등 거의 모든 생명체에 해당하는 사실이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

사람마다 생체 시계의 주기가 조금씩 다르다. 아침형 인간은 주기가 짧아 멜라토닌 분비가 일찍 시작되고, 저녁형 인간은 주기가 길어 늦게 시작된다. 김 교수는 “스마트워치의 수면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개인의 생체 시계 주기를 추정할 수 있다”고 전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본래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 알 수 있으며, 생활 패턴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청소년기가 되면 야행성이 되는 이유

흥미롭게도, 인간은 청소년기에 야행성 동물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2차 성징기가 되면 생체 시계가 2~3시간 뒤로 밀리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 김 교수는 “이는 진화론적으로 동년배들과 더 많이 교류하도록 설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 늦은 시간까지 강한 빛을 보면 성장 호르몬 분비에 방해가 되어 키 성장이나 피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야행성 동물은 왜 밤에 활동할까?

야행성 동물도 인간과 동일한 시간에 멜라토닌을 분비하지만, 그 호르몬에 대한 반응이 반대이다. 인간은 멜라토닌이 분비되면 졸리지만, 야행성 동물은 오히려 각성 상태가 높아진다. 김 교수는 “똑같은 호르몬도 생물체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는 생체 시계가 종마다 적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
같은 시간을 자도 어떻게 하면 덜 피곤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아데노신과 멜라토닌 호르몬의 레벨에 따라 수면 시간을 조절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그의 연구팀은 스마트워치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최적의 수면 시간을 알려주는 앱 ‘슬립웨이트(Sleep Wait)’를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매일 필요한 수면량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교대 근무자의 건강과 생체 시계

교대 근무자는 생체 리듬이 크게 흐트러져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김 교수는 “생체 시계가 고장 나면 컴퓨터의 시간이 고장 난 것처럼 시스템 전체에 문제가 생긴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교대 근무자들은 생체 시계를 고려한 수면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생체 시계 연구의 노벨상 수상
2017년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바시, 마이클 영 세 명의 과학자가 생체 시계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들은 생체 시계가 어떻게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이 리듬이 유전적으로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밝혀냈다.
60년간 풀리지 않았던 난제를 해결하다
김 교수는 생체 시계가 온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주기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수학과 실험을 결합해 밝혀냈다. 변온동물에서도 생체 시계가 일정한 이유는 온도가 올라가면 분해 속도가 느려지는 특별한 메커니즘 때문이다. 그는 “피리어드 단백질의 인산화 위치에 따라 분해 속도가 조절된다”고 설명하며, 이 발견은 6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수학과 생명 과학의 만남
김 교수는 수학을 이용해 생명 과학의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생체 시계를 수식으로 번역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기존의 실험 위주의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생명 현상의 근본적인 이해를 돕는다.
생체 시계는 우리의 일상과 건강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김재경 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생체 시계의 비밀을 풀어내어 더 나은 삶을 위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연구가 앞으로 우리의 수면과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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