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화기관을 통과한 콩알물땡땡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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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개구리는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이면 곤충, 지렁이, 헤엄치는 물방개 등 무엇이든지 사냥을 한다. 그런데 조그마한 물방개 종류인 콩알물땡땡이(Regimbartia attenuata)가 참개구리의 입, 목구멍, 창자를 무사히 지나 살아있는 상태로 항문에서 기어 나오는 것을 확인한 일본 코베대학의 곤충학자 스기우라(Shinji Sugiur)는 실제 영상과 함께 자신의 연구 결과를 2020년 8월 3일자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소개했다.

포식동물에게 먹혔다가 소화기관을 무사히 통과해 나오는 예는 극히 드물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구리의 내장을 무사히 빠져나온 예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스기우라는 2018년에 방귀벌레(bombardier beetle)를 포식한 두꺼비가 한참 후 먹은 것을 토해내는 현장을 보았다. 그때 방귀벌레는 산성(酸性)의 소화액에 잠겨 있었지만 죽지 않은 상태였다.

콩알물땡땡이는 담수에 사는 흔히 보는 수서곤충(水棲昆蟲)이다.

물땡땡이가 항문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한 스기우라는 같은 실험을 30차례 실시했다. 그 결과 물땡땡이가 무사히 통과해 나오는 확률이 90%나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항문으로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6시간이었는데, 가장 빠를 때는 6분 만에 탈출해 나왔다. 하지만, 탈출에 실패하고 죽어 나오는 경우에는 24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스기우라는 물방개 외에 다른 딱정벌레들도 개구리 소화기관 통과에 성공하는지 조사해보았다. 그 결과 탈출 성공률은 20% 정도였다. 스기우라는 물방개가 어떻게 하여 개구리 몸속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4가지로 설명했다.

1. 개구리는 이빨이 없으므로 먹이를 파괴하지 않았다.

2. 물땡땡이는 몸이 유선형이므로 소화기관 속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3. 그들은 껍데기가 단단하기 때문에 개구리의 소화액이 쉽게 침투하지 못한다.

4. 숨(피부호흡)을 쉴 수 없는 창자 속에서 물땡땡이는 평소 물속에서 하던 방법대로, 단단한 날개 아래의 공기주머니로부터 산소를 공급받아 질식(窒息)하지 않았다.

개구리의 사냥도구 혓바닥의 능력

개구리들의 사냥 행동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 사람들은 양서류를 대표하는 개구리의 생태에 대해 그다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빠르게 달리거나 날지 못하는 개구리는 사냥할 때 조용히 앉아서 먹잇감이 목전(目前)에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날렵하기로 유명한 파리, 나방이, 잠자리 등을 순간에 혓바닥으로 포획하는 놀라운 사냥꾼이다. 개구리(많은 양서류)의 사냥도구는 길게 뻗을 수 있는 혀이다. 그들이 혀를 내밀어 먹이를 삼키는 동작은 어찌나 빠른지 고속촬영 비디오를 보아야 알 수 있다.

파리의 동작이 얼마나 빠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개구리는 이런 파리를 향해 혓바닥을 날름 내밀어 거의 실수 없이 입안으로 가져간다. 사냥에 걸리는 시간은 0.07초. 눈을 깜박이는 것보다 5배 빠른 속도이다.

개구리의 혀는 자기 몸길이의 3분의 1쯤 된다. 그 끝에는 강력한 점액(粘液)을 분비하는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샘(gland)들이 있으며, 그 점액은 개구리 자신의 체중보다 1.4배나 무거운 먹이까지 붙잡아 입으로 가져올 수 있다. 사람이라면 혓바닥으로 중형 냉장고를 들어 올리는 상황이다. 동물이 가진 놀라운 힘이고 접착력이다.

개구리의 혀에는 신축(伸縮)을 하는 2개의 강력한 근육다발이 있다. 개구리가 순간적으로 턱(입)을 열고 쑥 내미는 혀 근육의 신축 속도는 총알과 비슷한 초속 400m/s이다. 개구리가 혀를 그토록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혀의 조직이 뇌(腦) 조직처럼 매우 유연(사람 혀 조직 유연도의 10분의 1)하여 신축이 빠른 동시에 점액이 분비된 조직이 한 순간에 먹이를 싸서 끌어오기 때문이다.

개구리의 혀끝에는 항상 점액질이 덮여 있을까? 그랬다가는 입 안에 혀가 붙어버리지 않을까? 놀랍게도 개구리는 먹이를 포획하는 그 순간에만 점액이 작용한다. 점액의 끈기는 벌꿀 점도의 5배 정도이다. 먹이를 목구멍으로 넘기고 나면 즉시 점액은 부착력이 감소해버린다.

개구리는 종류가 많기도 하고, 그들의 생태는 종류 만큼이나 다양하다. 개구리는 입 끝에 혀뿌리가 있으므로 최대한 길게 혀를 뻗는다. 그들의 혀는 멀리까지 나가지는 않는다. 사람에 비유한다면 혀가 배꼽까지 미치는 정도이다.

개구리가 혀를 뻗을 때, 앞부분의 중력은 12G(지구 중력의 12배)에 이른다. 우주선이 출발할 때 우주비행사가 받는 중력은 3G 정도이다. 뇌 조직처럼 유연한 혀 조직이 이런 중력을 견딘다는 것도 신비하다.

개구리 혀의 점액은 물속에서도 접착력을 발휘한다. 입안에 두툼하게 접힌 상태로 있던 부드러운 혀를 총알 속도로 내밀어 먹이를 포획하는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 혀가 뻗어나가는 순간 근육의 힘에 밀려 동공(瞳孔)이 잠시 닫힌다. 개구리의 물리적 능력에 대한 연구는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의 노엘(Alexis Noel) 박사가 장기간 해오고 있다.

우리에게 또 다른 의문이 떠오른다. 물방개는 개구리가 아닌 두꺼비, 물고기 등에게 잡아먹혀도 살아나올까? 스기우라 박사의 계속되는 연구과제라고 한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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