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신념에 어긋나는 일을 반복해서 겪으면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고, 이를 혼자 참을수록 직무 만족도는 떨어지고 일을 그만두고 싶어질 가능성도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특히 경찰과 의료진 같은 현장 근무자들에게는 침묵보다 대화와 동료의 지지가 정신건강 회복에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근무자들의 상처, 침묵할수록 더 깊어진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현장 근무자들의 ‘도덕적 상처(Moral Injury)’다. 이는 자신의 양심이나 가치관에 어긋나는 일을 직접 했거나 막지 못했거나, 또는 그런 장면을 목격했을 때 생기는 심리적 고통을 말한다.
이 개념은 처음에는 군인을 대상으로 연구됐지만, 최근에는 경찰과 의료진, 사회복지사처럼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진은 호주 경찰관 371명을 조사한 결과, 도덕적 상처를 많이 경험한 경찰관일수록 자신의 일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의심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런 생각은 직무 만족도와 업무 몰입을 떨어뜨리고 조직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찰은 범죄와 사고, 폭력 현장을 반복해서 경험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위험도 높다. 연구진은 현장 근무자들의 도덕적 상처가 이러한 정신적 부담을 더욱 키우고,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힘도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복의 시작은 침묵을 깨는 대화였다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띈 결과는 침묵의 영향이었다. 도덕적 상처를 입은 직원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않을수록 직무 만족도와 업무 의욕은 더 낮아지고, 조직을 떠나려는 생각은 더욱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권위적인 조직문화에서는 강인함과 침묵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키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마저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와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공감과 지지를 받는 것은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안전하게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직도 직원이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상담과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노력은 경찰뿐 아니라 의료진과 소방관, 응급구조사 등 다양한 현장 근무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ology Today, “Recovering From Moral Injury by Breaking the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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