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만으로 떠오르는 광영동 비행체, ‘중간권의 새 눈’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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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비행기와 기구가 닿기엔 너무 높고, 위성에는 너무 낮은 지구 대기층이 있다. 지상 50~100㎞ 상공의 ‘중간권’이다. 이 영역은 극저압·저온 환경으로 인해 관측 장비를 띄우기가 극도로 어렵다. 그런데 최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난제를 풀어낼 수 있는 비행체가 처음으로 실험에 성공했다. 동력원은 엔진도, 배터리도 아닌 오직 햇빛이다.

광영동 원리와 실험 성과

광영동(photophoresis)은 19세기 말부터 보고된 물리 현상으로, 물체의 한쪽 면이 다른 면보다 더 따뜻해지면 그 면에 부딪힌 공기 분자가 더 큰 에너지를 얻어 강하게 튕겨 나가면서 반대 방향으로 힘이 발생한다. 지상처럼 공기가 조밀한 환경에서는 이 힘이 거의 감지되지 않지만, 분자 간 거리가 멀고 충돌이 드문 극저압 조건, 즉 지상 50~100㎞ 상공의 중간권이나 화성처럼 대기가 희박한 환경에서는 의미 있는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지상 50~100㎞ 상공의 중간권은 비행기와 기구가 닿기에는 너무 높고, 위성에는 너무 낮아 관측이 어려운 영역이다. 광영동 비행체는 이 구간에서 장기간 체공하며 통신 중계와 기후 관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사진=Midjourney 제작 이미지]

미국 하버드대, 시카고대, 국립부경대 공동 연구팀은 이 원리를 실제 비행체로 구현했다. 완성된 장치는 1㎠ 크기의 2층 구조로, 빛을 잘 통과시키는 두께 100㎚ 산화알루미늄 박막 두 장을 세로 지지대로 연결하고, 하층에는 얇은 크롬층을 증착했다. 햇빛이 상층을 통과해 하층 크롬을 가열하면 상·하층 사이에 미세한 온도차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부양력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26.7㎩ 기압과 지상 햇빛의 55% 강도를 재현한 저압 챔버에서 실험을 진행해, 외부 전력 없이 태양광만으로 장시간 부양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중간권 광영동 비행체의 활용 개념도
지구 대기권 구조 속에서 중간권(Mesosphere)에 다수의 광영동 비행체가 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 이들은 서로 연결되거나 위성과 직접 통신해, 차세대 통신망 구축(Satellite interconnectivity)과 기후·항법 데이터 수집(Climate data and navigation)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지상에서는 위성 안테나를 통해 비행체와 연결되어 통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중간권의 장점인 넓은 시야와 긴 체공 시간을 활용해 기존 위성·기구가 커버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한다. [자료=Nature, Ben Schafer and Jong-hyoung Kim et al.]

광영동 비행체의 응용과 전망

이번 연구는 광영동 원리를 실제 대기 환경에서 장기 체공이 가능한 형태로 구현한 첫 사례다. 직경을 3㎝로 확대하면 약 10㎎의 하중을 실을 수 있어 라디오 주파수 안테나, 태양전지, 집적회로 등 초소형 통신 장비 탑재가 가능하며, 10㎝급으로 확장할 경우 경량 기상 관측 센서를 풍선이나 로켓으로 중간권에 띄울 수 있다. 이런 비행체는 연료나 배터리가 필요 없어 장기 데이터 수집과 통신 중계에 적합하다.

광영동 비행체의 추진 원리
빛을 받아 부양하는 광영동 비행체의 작동 모습을 보여주는 상상도. 태양광이 비행체 표면의 온도 차를 만들면, 공기 분자가 따뜻한 면에서 더 강하게 튕겨 나가면서 ‘추력(Thrust)’이 발생한다. 그림 속 화살표는 공기 흐름(Airflow)과 추력의 방향을 표시하며, 이를 통해 비행체가 극저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부양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자료=Nature, Ben Schafer and Jong-hyoung Kim et al.]

특히 화성 탐사에서의 장점이 크다. 현재 1㎏ 장비를 화성까지 운송하는 데 1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되지만, 광영동 기반 비행체는 크기·무게·전력 소모를 모두 줄여 발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더 희박한 화성 대기에서는 부양 효율이 높아져, 착륙선이나 로버가 접근하기 힘든 지역을 공중에서 정찰하거나 지상 기지와 탐사 장비 간 통신을 중계하는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NASA가 공동 연구를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구 중간권은 기후 변화, 대기 조성, 오로라 발생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기술적 한계로 관측이 쉽지 않았다. 이번 성과는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이 구간을 장기간 관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앞으로 비행체의 크기 확대와 장비 경량화가 병행된다면, 대기 과학 연구뿐 아니라 행성 탐사와 통신 중계 등에도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Nature, Ben Schafer and Jong-Hyoung Kim et al., ‘Photophoretic flight of perforated structures in near-space cond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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