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흐르는 거대한 대기(大氣)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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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예상을 넘는 큰비를 퍼붓는 대기의 강 이야기

​장마철과 태풍의 계절이 오면, 기상 예보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뉴스에는 ‘100년 만의 대홍수’라는 제목을 단 기사들이 자주 등장한다.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예상보다 훨씬 많은 큰비나 폭설이 내려 피해를 입는 재난이 세계적으로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수백 년 동안 사막이던 땅에 폭우가 내려 홍수가 나는 경우도 있다.​

근년에 와서 기상학자들은 큰비의 원인이 ‘대기천’(大氣川 atmospheric river, AR), ‘대기의 강’ 또는 ‘수증기의 기둥’(moisture plume)이라 불리는 거대한 규모의 ‘하늘에 흐르는 강’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기상 예보를 할 때 대기천의 상황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한다.​

예기치 못한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입는 사정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기상청의 예보는 위성에서 촬영한 구름의 상태와 기타 지상의 기상정보를 종합 분석하여 예측한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서는 하늘의 강 때문에 1m가 넘는 폭우나 2m 이상의 폭설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가진, 때로는 1,500km가 넘는 뱀처럼 긴 대기의 강이 잠깐 사이에 밀려와 폭우를 쏟아놓는 경우가 세계 곳곳에서 자주 발생한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에는 미국과 캐나다 서부 연안에 9차례에 걸쳐 대기의 강이 밀려와 폭우를 쏟았다. 당시 캘리포니아주에 내린 비의 양은 1,200억 톤(올림픽 수영경기장 4,840,000개를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양)이었다고 한다. 사진은 2023년 3월 14일 캘리포니아주의 파자로강이 범람한 때의 주변 도시의 모습이다.​

대기의 강은 왜 발생하는가?

태양이 뜨거운 적도 지역의 바다 표면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다량의 수증기가 증발하여 공중으로 올라간다. 막대한 양의 포화 수증기는 구름을 형성하고, 수시로 거대한 태풍(사이클론)이 되어 대륙에 풍수해(風水害)를 일으킨다. 그런데 이런 태풍을 몰고 오는 구름의 전면(前面)이나 옆에는 엄청난 수분을 담은 대기의 강이 형성되어 태풍과 함께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항상 증발이 일어난다. 해수의 증발량은 위치와 기상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1년 동안에 증발하는 양은 수심으로 따져 75-300cm에 이른다. 증발한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간 후 식어서 액체 상태의 물방울이 된 것이 구름이다. 구름의 물방울 입자는 전파를 반사하기 때문에 레이더에 영상이 잡힌다. 그러나 기체인 수증기는 전파를 흡수하기 때문에 수증기의 강(대기천)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대기천에 담겨 있는 수량은 엄청나다. 연구에 의하면 기온 30℃일 때 수증기가 포화상태이면, 1m3의 공기 중에 30g의 물이 포함된다고 한다.​

미국 기상위성이 쵤영하고 편집한 이 영상(2019년 2월 13일)은 많은 수분을 머금은 대기천이 북미 대륙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적도 지역의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거대한 나선상 구름을 형성한 것을 열대성 저기압 또는 사이클론(cyclone)이라 부른다. 사이클론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이동, 대륙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를 내린다. 대기의 강은 이런 구름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

1985-2005년 사이에 발생한 전 지구적인 사이클론(cyclone)을 종합하여 나타낸 영상이다(National Hurricane Center). 아시아에서 발생한 사이클론은 태풍(typhoon), 북미 대륙의 것은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 주변과 남반구의 것은 적도 사이클론(tropical cyclone)이라 부르고 있다.​

대기의 강은 물방울로 이루어진 구름이 아니기 때문에 레이더에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위성관측 등으로 이루어진 조사에 의하면, 대기의 강에서 쏟아질 수 있는 물의 양은 미시시피강 하구로 흘러나오는 수량의 15배가 되기도 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대기천이 비나 눈이 되어 내린다면 예상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 대기의 강은 형태와 규모가 다양하다. 대규모 대기천이 비가 되어 쏟아지면 강풍까지 불며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킨다.​

적도 태평양에서 발생한 대기의 강은 주로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흘러간다. 이 대기천이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산맥을 만나면 한 번에 300-600mm의 엄청난 비를 내린다. 이런 경우에는 기상 재난의 원인이 될 것이다. 반면에 겨울에 대기의 강이 높은 산맥을 지나가게 되면 폭설이 되어 쌓인다. 이런 눈은 이듬해 봄에 서서히 녹아 강물이 되어 농경지로 흘러가므로 인간에게 은혜를 베푼다.​

아시아 대륙과 북미 대륙 사이에 거대한 대기의 강이 걸쳐 흐르는 동영상이다. 이 영상은 2017년 10월에 기상위성이 촬영한 것을 합성하여 완성한 것이다.​​

대기천의 예측

대기의 강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에 시작되었고. 대기천이라는 말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연구원인 뉴웰(Reginal Newell)과 쥬(Young Zhu)가 처음 제언(提言)했다. 그들은 폭이 2-300km이고 길이가 1,000km를 넘는 대기의 강이 운반하는 물의 양을 컴퓨터 시물레이션으로 측정한 결과, 아마존강의 수량보다 많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런 강이 지구 대기층 전체에 5-6개가 항상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대기천의 규모가 지난 20세기보다 훨씬 커졌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현재 대기의 강을 관측하는 기구는 기상위성들이다. 그러나 대기천은 구름보다 낮은 대기층의 맨 밑바닥을 이동하기 때문에 위성에서도 그 규모와 수분 보유 정도를 자세히 파악하지 못한다. 최근 대기천의 피해를 심각하게 입고 있는 미국은 스크립트 해양연구소의 기상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대기천 예보를 정확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들은 공군과 협력하여 관측비행기도 이용하고, 관측 풍선을 날리기도 한다. 또한 그들은 비행기에서 대기천을 관측할 때, 상공에서 드롭손드(dropsonde)라는 관측장치를 낙하산에 매달아 지상으로 내려보낸다.

GPS 장비가 된 드롭손드는 작은 낙하산에 매달려 지상으로 내려가는 동안 지리적 위치와 고도에 대한 기온, 습도, 풍향, 풍속 등의 정보를 측정하여 알려준다. dropsonde는 떨어뜨리다(drop)와 대기층 기상관측기구를 뜻하는 sonde를 합친 명칭이다. 기상관측 비행기에서는 이런 드롭손드를 적절한 곳에 다수를 떨어뜨려 기상정보를 종합분석한다.

기상학자들은 대기의 강이 언제 어디에 어떤 규모로 나타나 어떤 경로를 따라 얼마나 많은 강우를 쏟을 것인지 예보하려 한다. 캘리포니아대학의 교수이며, 스크립트 연구소의 연구원인 랄프(Marty Ralph) 교수의 설명이다. “사이클론과 대기천을 이동시키는 힘은 바람이다. 바람은 적도와 북극 사이의 기온 변화에 의해 발생한다. 오늘날 적도의 바다에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수증기가 증발하고 있다. 따라서 사이클론이 더 자주 발생하고, 동시에 대기의 강은 사이클론의 영향을 받는다. 대기천과 사이클론이 함께 닥치면 ‘사이클론 폭탄’(bomb cyclone)이 된다.”

인류는 지금 기온상승에도 대비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대기천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하게 되었다. 앞으로 대기천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더 장시간 큰 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학자들은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을 매우 염려한다. 즉 대기천이 자주 몰려오는 곳은 더 많은 비가 더 자주 내리는 기후로 변할 것이고, 반대로 대기천이 먼 곳은 한발(旱魃)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염려되는 현상은, 이런 변화가 오면 용수(用水)의 공급에 큰 변화가 올 것이므로 모든 나라는 물 부족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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