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관계를 경험한 뒤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일은 많은 사람에게 두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상처를 준 경험 때문에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거나 “다시 누군가를 믿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감정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충분한 시간과 자기 이해를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관계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관계를 먼저 생각하기
상대가 지나치게 통제하려 하거나, 관계를 너무 빨리 진전시키려 하거나, 불편한 요구를 강요한다면, 이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위험 신호’다. 하지만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떤 태도와 가치관이 중요한지도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대가 공감 능력이 있는지, 대화를 존중하는지, 나의 시간을 존중하는지 같은 ‘긍정적 신호’를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연애를 자기 발견의 과정으로 보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과정은 단순히 상대를 평가하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과 있을 때 편안한지, 어디까지 마음을 열 수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불안해지는지 등을 천천히 알아갈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직감을 다시 믿는 연습도 중요하다. 상대와 함께 있을 때 몸이 긴장하거나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감정은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 상황에서 잠시 거리를 두거나 속도를 늦추는 선택은 충분히 정당하다.
또한 작은 경계선을 세우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오늘은 다른 약속이 있어요”라거나 “지금은 그 단계까지는 준비되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말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역시 그 사람의 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
폭력적 관계의 특징 중 하나는 ‘고립’이다.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도 친구나 가족과 계속 연결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트 과정에서 헷갈리는 일이 있다면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상담가나 지원 단체와 같은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연애 과정에는 기쁨뿐 아니라 실망이나 거절도 함께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때는 자신에게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고, 산책이나 글쓰기처럼 마음을 안정시키는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폭력적 관계로 인한 과거의 상처가 있다고 해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관계를 찾는 과정 자체가 치유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속도를 존중하며 천천히 나아간다면, 건강하고 따뜻한 연결을 다시 만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e, “How to date again after an abusive relatio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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