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 압력 하나로 소재 구조와 자성 제어
복잡한 장비나 고온 공정 없이, 소재의 성질을 바꾸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POSTECH) 이대수 교수 연구팀은 금속 산화물 소재에 아주 미세한 기계적 압력을 가해, 내부의 결정 구조와 자성(磁性)을 동시에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나노 단위에서 전자소자의 물성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최근 게재됐다.
미세 압력만으로 결정 구조 정렬
연구팀은 ‘원자힘 현미경(AFM)’의 뾰족한 탐침으로 금속 산화물 박막 표면을 눌러주는 방식만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던 결정 구조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방법은 종이를 접듯 미세한 압력을 가해 결정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특정 영역만 선택적으로 제어하거나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에는 고온 처리나 전기 자극 등 복잡하고 에너지 소모가 큰 공정이 필요했지만, 이번 기술은 단순한 기계적 접촉만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때 자성 특성도 함께 변해, 원하는 위치에 자성 패턴을 정밀하게 새길 수 있다.
복잡한 장비 없이도 차세대 메모리·센서 소자 제작에 활용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자료=포스텍]
결정 배열 변화로 자성까지 조절
특히 이번 연구는 결정 구조 변화가 자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AFM 탐침으로 특정 부위의 결정 배열을 바꾸면, 해당 부위의 자성도 달라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자성 패턴을 소재 내부에 직접 새기고, 층별로 서로 다른 성질을 갖는 3차원 구조도 구현해냈다. 이는 스핀트로닉스 소자와 같은 자성 기반 차세대 메모리 및 센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성과는 소재의 결정 구조와 물성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메모리 소자, 고성능 센서, 나노 구조 기반의 스핀 정보처리 소자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수 교수는 “복잡한 공정 없이 단순한 압력만으로 소재의 성질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전자소자 연구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