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생물의 상처 치유 과정을 생물학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실마리가 첫 등장했다. 캐나다 연구진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의 화석 갈비뼈에서 골절 치유 흔적과 함께 보존된 혈관 구조를 확인한 것이다. 이 발견은 공룡의 부상 회복 생리학을 실물 화석으로 입증한 세계 최초 사례로, 멸종 생물의 생체 재생 연구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세계 최초로 ‘회복 중 혈관 구조’ 규명
이번 연구는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와 서스캐처원 왕립박물관(RSM), 그리고 서스캐처원대학교의 캐나다 싱크로트론 광원(CLS)이 공동 수행했다. 연구진은 1990년대 서스캐처원에서 발굴된 대형 T. rex 화석 ‘스코티(Scotty)’의 갈비뼈를 대상으로 고에너지 싱크로트론 X선을 활용해 3차원 비파괴 분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 뼈 내부에 남아 있던 관 모양 구조물이 드러났다. 이 구조는 당시 리자이나대 학부생이던 제릿 미첼이 2019년 스캔 영상에서 처음 관찰했고, 지도 교수들과의 논의를 통해 혈관 구조일 가능성이 제기되며 본격적인 연구로 확장됐다. 후속 화학 분석에서 이 구조물은 골절 회복 부위와 정확히 겹쳐 있었고, 회복 과정에서 혈류가 집중되며 형성된 조직의 잔존물로 해석됐다. 단순한 조직 보존을 넘어, 생체 회복 반응이 물리적으로 기록된 이례적인 사례다.

패널 A–C는 치유가 진행된 부위에서 재형성된 혈관 조직과 골조직 패턴을 보여주며, 화살표는 혈관 공간(파란색), 섬유성 조직(초록색), 광물화 경계(노란색), 골절 흔적(회색)을 가리킨다.
패널 D–F는 고배율에서 관찰된 혈관 구조로, 회복된 조직 내에서 혈류 경로가 재구성된 흔적을 보여준다.
이러한 미세 구조는 공룡의 조직 회복 반응이 물리적으로 화석에 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사진=Mitchell, J.L., Barbi, M., Shakouri, M. et al.]
고생물학과 생리학의 융합, 공룡 회복 생리 첫 입증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공룡의 생체 회복 반응을 실물 화석으로 입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고생물학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CLS의 모센 샤쿠리 연구원은 “고대 생물 화석 내부의 연조직을 손상 없이 시각화하고 분석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술적 진보”라며, “그동안 이론과 유추에 의존하던 공룡 생리학이, 구체적인 물리 증거에 기반한 실증 연구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리자이나대 물리학과 마우리시오 바르비 교수는 “혈관 구조가 골절 치유 부위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은, 향후 연조직 보존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탐색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공룡의 부상 여부를 밝힌 데 그치지 않고, 상처 회복 과정이 어떤 생물학적 구조로 남고, 그 구조가 어떻게 장기 보존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T. 렉스의 조직 재생 반응을 조류나 파충류 등 현생 생물과 비교할 수 있는 실증 기반이 마련됐고, 고생물학과 진화 생물학 간의 융합 연구를 정밀한 수준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구조는 고에너지 싱크로트론 X선 영상 분석을 통해 재구성된 것으로, 공룡의 조직 회복 과정에서 형성된 혈관 패턴이 수천만 년 동안 화석에 남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례는 고생물학에서 생리학적 반응이 실물로 기록된 세계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사진=캐나다 싱크로트론 광원(CLS), 리자이나대학교 연구팀]
화석 보존 기술의 진화와 연구 자원의 확장
이번 프로젝트는 화석 자료를 단순히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정밀 과학적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흐름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RSM 고생물학 큐레이터 라이언 맥켈러 박사는 “스코티 같은 화석은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현대 과학이 직접 다루는 연구 자산”이라며, “싱크로트론 영상 기술과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해 화석을 훼손하지 않고도 생명체 내부 구조까지 추적할 수 있는 분석 환경이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사례가 공룡의 생리학적 회복 반응이 직접 화석에 기록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실증이라는 점에서, 연조직 보존 연구의 분석 기준을 새롭게 설정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손상 부위에서 조직 재생이 일어난 흔적이 수천만 년 동안 유지된 원인을 분석하면, 당시 환경의 화학적·지질학적 조건을 역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산화 환경, 금속 이온 농도, 광물화 반응이 조직의 안정화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비교함으로써, 연조직 보존 가능성이 높은 지층이나 환경을 선별적으로 탐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화석을 단순한 형태 복원의 대상으로 보던 기존 관점을 넘어, 생명체의 생리 반응과 생존 과정까지 복원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는 고대 생명을 정적인 유물이 아니라, 생명 활동의 흔적이 기록된 동적인 자료로 해석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향후 고생명 복원 연구의 방향과 해석 틀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Jerit L. Mitchell et al, In situ analysis of vascular structures in fractured Tyrannosaurus rex rib, Scientific Reports (2025). DOI: 10.1038/s41598-025-06981-z
제공: Scientific Reports / Canadian Light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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