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대기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 현상인 태양 플레어가 기존 추정보다 훨씬 더 극한의 온도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대학 알렉산더 러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플레어로 가열된 입자의 온도가 섭씨 6천만 도에 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그동안 알려진 1천만~4천만 도보다 수천만 도 높은 수치로,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됐다. 태양 플레어는 위성과 통신망을 교란하고 우주비행사에게 위험을 주는 대표적 우주 기상 요인으로, 온도의 재평가는 기존 우주 기상 예측 모델을 수정하도록 만들 수 있다.

반세기 수수께끼와 새로운 해석
1970년대 이후 천문학자들은 플레어에서 나온 빛의 스펙트럼 선이 이론상보다 넓고 흐릿하게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해 왔다. 기존 설명은 난류였다. 끓는 물처럼 플라즈마 속 전하 입자들이 무질서하게 움직이며 빛을 흩뜨린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러셀 연구팀은 난류가 생기기 전에도 선이 넓어지고, 형태가 지나치게 대칭적이라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대신 더 직접적인 해석을 내놨다.
플레어에서 가열된 이온의 온도가 상상을 넘어 치솟으며, 극한의 속도로 움직이는 입자 자체가 스펙트럼 선을 넓게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자기장이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자기 재연결’ 과정을 모사한 실험과 시뮬레이션은 전자가 1천만~1천5백만 도, 이온은 6천만 도 이상으로 달아오른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두 입자가 열을 공유하기까지 몇 분이 걸리기에, 이 차이는 플레어의 진화를 좌우할 만큼 충분히 유지된다.
우주 기상 예측에 미치는 파장
이온이 저장한 에너지가 지금까지 과소평가됐다면 우주 기상 모델 역시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플레어의 실제 온도가 더 높을 경우 방출되는 방사선과 에너지의 총량도 달라지며, 이는 위성 운영사와 항공사, 우주 기관들의 대응 체계에 직접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러셀은 “이온의 운동만으로도 스펙트럼 선이 넓어질 수 있다”며, “이는 거의 반세기 동안 풀리지 않았던 현상을 설명할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선된 예측 모델은 위험한 태양 활동을 더 신속하게 포착해 지상 통신, 항공 운항, 우주 탐사에 한층 강화된 안전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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