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친구와 오래 지내면 말투와 생각, 행동이 조금씩 닮아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 사이에서는 장 속 미생물까지 서로 비슷해질 수 있으며, 이 작은 생명체들이 우리의 기분과 생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친구와 가까워지면 장 속 미생물도 닮아간다
사람은 혼자서 ‘나’를 만들어 가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와 어울리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닮아간다. 물론 나 역시 다른 사람을 바꾼다. 사람과 무리가 서로를 조금씩 만들어 가는 셈이다.
이런 영향은 몸속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온두라스의 외딴 마을 18곳에 사는 성인 1,787명을 조사한 결과, 가까운 가족뿐 아니라 친구와 이웃 사이에서도 장 속 미생물이 서로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음식이나 약, 함께 사는 환경의 영향을 따져본 뒤에도 이런 관계가 확인됐다.
더 흥미로운 점은 ‘친구의 친구’에게까지 비슷함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누구와 어울리며 살아가는지가 생각과 행동뿐 아니라 몸속 미생물의 세계와도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내 기분과 생각에도 친구의 미생물이 영향을 줄까
장 속 미생물은 단순히 음식만 소화하는 존재가 아니다. 장과 뇌는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미생물도 기분과 행동에 관계된 여러 물질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연구에서는 장 속 미생물의 특징이 불안감이나 사교성 같은 성격 특성과 관련될 가능성도 나타났다. 그렇다면 친구와 오래 지낸 뒤 내 기분이나 행동이 달라졌을 때, 친구의 말과 행동뿐 아니라 서로 나눈 미생물도 아주 조금은 관계가 있을까.
아직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친구에게서 받은 특정 미생물이 사람의 성격이나 믿음을 직접 바꾼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이야기는 ‘나는 어디까지 나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존재는 뇌와 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몸속의 수많은 작은 생명체까지 얽혀 만들어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ology Today, “Now, We Should Be Doubly Concerned About Whom We Interact 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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