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퍼드 연구진, 쥐 실험서 손상 부위 적혈구 60% 감소·염증 완화 확인
뇌 속에 남은 피 한 방울이 생사를 갈라놓을 때가 있다. 출혈성 뇌졸중으로 생긴 혈액 찌꺼기와 신경독성 노폐물은 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켜, 회복 후에도 언어 장애나 인지 저하 같은 후유증을 남긴다.
지금까지 이를 제거하려면 두개골을 열어 수술을 해야 했지만,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연구진이 전혀 다른 접근을 내놓았다.
라그 아이란(Lagli Iyeran)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초음파의 미세한 진동으로 뇌 속 노폐물 배출을 촉진하는 데 성공했다. 출혈성 뇌졸중을 모방한 생쥐 실험에서 저강도 초음파 치료가 손상 부위의 혈액 찌꺼기와 염증 반응을 동시에 줄였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11일 과학 저널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게재됐다.
적혈구·염증 줄이고 생존율 높였다
뇌출혈이 일어나면 손상된 혈관에서 흘러나온 혈액세포와 단백질, 철분 같은 노폐물이 신경조직 사이에 쌓인다.
이때 적혈구가 분해되면서 생기는 철 이온과 헤모글로빈 분해산물은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주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미세아교세포(microglia)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이 염증은 단순한 일시적 반응이 아니라, 신경세포의 회복을 방해하고 세포사멸(apoptosis)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노폐물이 제때 제거되지 않으면 뇌의 해독·청소 시스템인 글림프(glymphatic) 경로가 막히게 되고, 신경조직 내 독성 단백질이 축적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인지 기능 저하, 운동 능력 장애 같은 만성 신경 손상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치매나 외상성 뇌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 하지만 기존 외과적 치료는 수술 부담이 크고, 약물 치료는 아직 승인된 제제가 없다.
연구팀은 지주막하 출혈과 뇌내 출혈을 유도한 생쥐 모델의 뇌에 주파수 1㎒의 저강도 초점 초음파(LIFU)를 하루 20분씩, 총 세 차례 적용했다.
그 결과 초음파 치료군은 손상 부위의 적혈구가 대조군보다 55~65% 감소했고, 혈종 부피도 약 58% 줄었다. 제거된 적혈구는 림프 경로를 통해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염증 반응의 지표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와 성상교세포(astrocyte)의 활성이 각각 47%, 38% 감소했다. 생존율 역시 초음파 치료군이 72%로 대조군(50%)보다 높았고, 체중 회복 속도와 행동 점수 모두 더 우수했다. 뇌부종도 41% 적었다.
초음파 치료는 이전에 사용된 혈종 청소 촉진제(약물)보다 적혈구 제거율이 24% 높고, 신경 염증 수치가 3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치료법은 미 식품의약국(FDA)의 진단용 초음파 안전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돼, 인체 적용 가능성도 높다.
연구진은 “저강도 초음파가 뇌의 림프 흐름을 촉진해 손상 부위의 노폐물을 효율적으로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며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된다면, 수술이 필요 없는 새로운 뇌 질환 치료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초음파를 이용해 뇌 속 독성 노폐물을 직접적으로 제거한 첫 대규모 실험으로, ‘청소하는 뇌(lymphatic brain clearance)’ 개념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특히 출혈성 뇌졸중처럼 급성 신경 손상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처럼 만성적으로 노폐물이 쌓이는 질환에도 적용 가능성이 열렸다. 연구팀은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며, 치료 장비와 주파수 세부 조정 과정을 검증할 예정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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