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블랙홀의 등장, 태양 질량 360억 배 규모 확인

Photo of author

By 사이언스웨이브

별과 은하는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블랙홀은 그 어떤 빛도 내지 않아 직접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천문학자들은 우주 곳곳에 태양 수십억 배에 달하는 블랙홀이 존재할 것이라 예측해왔다. 이번에 ‘코스믹 홀스슈(Cosmic Horseshoe)’ 은하에서 확인된 초거대 블랙홀은 그 예측이 실재함을 보여준다. 태양 질량의 360억 배에 이르는 이 블랙홀은 지금까지 가장 확실히 측정된 사례 가운데 하나로,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토록 거대한 질량을 얻었는지라는 우주 초기의 신비를 드러낸다.

‘코스믹 홀스슈(Cosmic Horseshoe)’ 은하의 중력렌즈 모습. 뒤쪽 은하의 빛이 휘어져 고리 형태로 보이며, 그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360억 배에 이르는 초거대 블랙홀이 숨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NASA/ESA]

울트라매시브 블랙홀의 실재를 보여주다

연구진은 허블우주망원경과 유럽남방천문대 초거대망원경(VLT)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 블랙홀의 존재를 규명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아인슈타인 고리’라 불리는 중력렌즈 현상이었다. 블랙홀이 주변 시공간을 강하게 왜곡하면, 그 뒤에 있는 은하의 빛이 휘어 고리 모양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정밀 분석해 블랙홀의 질량을 계산했고, 태양의 360억 배라는 결과를 얻었다.

초거대 블랙홀 주변에서 빛이 휘어지는 모습을 시각화한 이미지. 실제 망원경 관측 사진은 아니며, 중력렌즈 현상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이는 블랙홀이 도달할 수 있는 이론적 상한선인 약 500억 태양 질량에 가까운 값이다. 천문학에서는 블랙홀이 무한정 커질 수 없다고 본다. 주변에 축적할 물질이 제한돼 있고, 방출되는 복사압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더 이상 물질이 안정적으로 끌려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00억 태양 질량은 현재 이론상 블랙홀이 가질 수 있는 ‘물리적 한계’로 간주된다.

지금까지 가장 거대한 블랙홀로 자주 언급된 TON 618은 약 400억 태양 질량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TON 618은 지구에서 100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퀘이사(quasar)라서, 관측 신호가 약하고 추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발광하는 퀘이사의 스펙트럼으로 간접 추정하기 때문에 질량 계산에 여러 가정이 들어가며, 정확도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반면 코스믹 홀스슈 은하의 블랙홀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중력렌즈 효과로 드러난 아인슈타인 고리와 은하 내부 별들의 운동을 함께 분석해 질량을 산출했기 때문에, 추정치의 신뢰도가 높다. 즉, 단순히 또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울트라매시브 블랙홀(ultramassive black hole)’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중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압도적인 성장 속도, 블랙홀 형성 조건을 다시 묻다

이 발견의 핵심은 블랙홀이 도달한 질량보다 그 성장 속도에 있다. 태양의 수십억 배로 불어나려면 막대한 물질을 오랫동안 흡수해야 하지만,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이론만으로는 그 과정을 설명하기 어렵다.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흡수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시각화한 이미지. 강착 원반과 제트를 동반한 단계적 변화를 개념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관측 사진은 아니며, 블랙홀 성장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시각적 재현이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초기 은하에서 이미 초거대 블랙홀을 잇달아 찾아낸 것도 같은 문제를 드러낸다. 연구자들은 암흑물질이 성장의 재료를 공급했을 가능성, 은하 병합 과정에서 질량이 급격히 커졌을 가능성, 혹은 초기 우주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조건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은하와 블랙홀이 동반 성장했는지, 아니면 블랙홀이 먼저 폭발적으로 커져 은하를 지배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일부 연구자들은 암흑물질의 영향, 은하 병합 과정, 초기 우주의 특수한 물리 조건이 이러한 성장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토머스 코너는 이 현상을 “유치원에 르브론 제임스가 있는 격”이라고 표현하며,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비정상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1 thought on “초거대 블랙홀의 등장, 태양 질량 360억 배 규모 확인”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