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주만에 정자 활동성 떨어지고 생식 호르몬 분비 감소
초가공식품이 남성의 생식 건강과 대사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가공·저가공 식단과 열량·3대 영양소를 동일하게 맞췄음에도,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했을 때 건강한 남성에서 성호르몬이 낮아지고 체지방이 빠르게 증가했다.
코펜하겐대학교 NNF 기초대사연구센터는 20~35세 건강한 남성 43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교차설계를 적용했다. 참가자는 초가공식품 식단(비중 약 77%)과 비가공·저가공 식단(비가공 66%, 초가공 1% 미만)을 각각 3주간 섭취했고, 12주 휴지기 뒤 식단을 바꿔 동일하게 반복했다. 두 식단은 열량과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을 동일하게 설계했다.
초가공식품 기간에는 비가공·저가공 기간 대비 체지방이 약 1㎏ 증가했다.
생식 지표도 악화했다. 정자 형성에 관여하는 난포자극호르몬(FSH) 수치가 낮아졌고, 정자 운동성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혈액과 정액의 리튬 농도 역시 낮아졌다. 대사 지표에서는 총콜레스테롤과 LDL 비율이 상승했고, 실제 섭취 열량이 높았던 참가자군에서는 혈압 상승도 관찰됐다. 에너지 균형과 연관된 성장분화인자-15(GDF-15) 농도는 감소했다. 모든 변화는 3주 만에 확인됐다.
연구 책임자인 로맹 바레스 교수는 성명을 통해 “건강한 젊은 남성들에게서조차 초가공식품이 광범위하게 신체 기능을 교란시킨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장기적 영향이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덜 가공된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번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남성 생식력 저하와도 맞물린다. 연구진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섭취가 늘면서 정액 질이 악화되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으며,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정자 수는 약 6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에서는 초가공식품이 전체 에너지 섭취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표본 규모가 작고 관찰 기간이 짧으며, 임신 성공 같은 임상적 결과가 아니라 대사·생식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동일 열량·영양소 조건에서 식품 가공도의 차이만으로 단기간 생리적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세포대사(Cell Metabolism)에 게재됐다.

초가공식품의 유해성, 어느 정도일까
초가공식품은 다단계 가공과 식품첨가물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식품을 말한다. 냉동식품, 패스트푸드, 즉석조리식품, 가공음료 등이 해당하며 제조 과정에서 소금·설탕·기름·방부제·유화제·합성 원료 등이 다량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가공음료·에너지음료·가당 요거트와 시리얼, 스낵·과자·캔디, 패스트푸드(버거·치킨너겟·감자튀김), 인스턴트라면·레토르트·냉동완제품, 가공육(소시지·햄·베이컨) 등이다.
정제 탄수화물·설탕·포화(또는 트랜스)지방·나트륨이 높고 식이섬유·비타민·미네랄은 낮은 경향이 있으며, 향미증진제·감미료·유화제·착색료·보존료 등 첨가물이 다수 사용돼 에너지 밀도와 당부하를 높여 포만 신호를 둔화시키고 과잉섭취와 체지방 증가를 유발하기 쉽다.
관찰·중재 연구에서는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대사증후군과의 위험 증가가 자주 보고되며, 가공육의 질소화합물·일부 첨가물은 장내미생물 불균형과 낮은 수준의 만성 염증과도 연관된다. 결과적으로 심혈관 질환·제2형 당뇨병·일부 암·우울 증상과의 상관이 보고되기도 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Effect of ultra-processed food consumption on male reproductive and metabolic health – ScienceDir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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