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은 왜 동시에 여러 개가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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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람이 나중에 불안장애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까지 함께 진단받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다. 조현병과 양극성장애가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약물 사용 장애가 다른 정신질환과 겹치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 걸까.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교 연구진이 참여한 대규모 국제 공동 연구는 전 세계 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유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중 약 100만 명은 아동기 또는 성인기에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사람들이었고, 약 500만 명은 진단 기록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정신질환은 서로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과는 다른 의학 분야와 달리 명확한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로 진단하지 않는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는 주로 증상과 행동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질환이 겹치는 경우가 많고, 분류가 복잡하다. 연구진은 이런 겹침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유전적으로도 연결돼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 14가지 정신질환은 각각 완전히 독립된 질환이 아니었다. 대신 유전적으로 서로 겹치는 다섯 개의 큰 집단으로 나뉘었다. 연구진은 통계 모델과 여러 분석 방법을 사용해 질환을 유전적 유사성에 따라 분류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다섯 그룹이 나왔다.

분류 (유전 가족)관련 질환 및 증상
강박 관련 장애강박장애(OCD) 🧼, 신경성 식욕부진증 🍽️, 일부 투렛장애 ⚡, 일부 불안장애 😟
내면화 장애주요우울장애 😔, 불안장애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
신경발달장애자폐 스펙트럼 장애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 일부 투렛장애 ⚡
조현병과 양극성장애조현병 🌀, 양극성장애 🎭
물질 사용 장애오피오이드 사용 장애 💊, 대마초 사용 장애 🌿, 알코올 사용 장애 🍺, 니코틴 의존 🚬

이 결과는 여러 정신질환이 같은 유전적 뿌리를 공유한다는 뜻이다.

[사진=AI 생정 이미지]

특히 많이 겹치는 질환들

주요우울장애, 불안장애, PTSD는 유전적 위험 요인의 약 90%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울증에 관련된 유전자 상당수가 불안장애나 PTSD와도 겹친다는 뜻이다.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도 약 66%의 유전 표지가 겹쳤다. 그래서 두 질환이 비슷한 증상을 보이거나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428개의 유전 변이가 두 개 이상 질환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염색체에서 이런 공통 변이가 집중된 101개의 ‘유전적 핫스폿’도 발견했다.

더 나아가, 겹치는 질환들은 뇌 안에서 비슷한 생물학적 경로를 따르는 경향도 보였다. 이는 단순히 증상이 비슷한 것이 아니라, 뇌세포 수준에서도 공통된 생물학적 기반이 있다는 뜻이다.

진단과 치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번 연구를 통해 앞으로는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질환을 각각 따로 분류해 왔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서로 깊이 연결돼 있다면, 치료 전략을 세울 때도 더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거의 같은 유전적 위험을 공유한다면, 두 질환을 함께 고려한 치료법 개발을 모색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또 여러 진단을 동시에 받은 환자에게 더 맞춤형 치료를 설계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Daily, “Scientists discover why mental disorders so often overl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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