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반 대규모 식단 분석으로 ‘지속성의 과학적 근거’ 확인
장 건강을 위해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오랜 조언이 실제 데이터로 입증됐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공동 연구진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1,000명의 식단 및 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건강한 식단의 효과는 음식의 종류보다 ‘얼마나 꾸준히 유지되는가’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장내 미생물군(microbiome)이 단기적인 식단 변화보다는 장기적인 식습관의 패턴에 반응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며, 기존의 경험적 영양 조언을 데이터 기반으로 검증했다.

AI로 드러난 식습관의 ‘패턴 효과’
연구진은 ‘푸드 앤드 유(Food & You)’ 프로젝트에 참여한 1,000명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참가자들은 AI 기반 앱 ‘마이푸드리포(MyFoodRepo)’로 자신이 섭취한 음식의 사진과 바코드를 기록했고, 앱은 이를 자동 인식해 영양 정보를 실시간 수집했다. 이후 머신러닝 분석을 통해 식단의 구성과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간의 상관관계를 계산했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과일, 채소, 곡류 등 건강 식품을 꾸준히 섭취한 그룹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높고 대사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반면, 비슷한 음식을 간헐적으로 섭취한 그룹은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EPFL 디지털역학연구소의 마르셀 살라테 교수는 “하루만 채소를 폭식한다고 해서 장내 환경이 개선되지는 않는다”며 “불규칙한 섭취는 오히려 미생물군의 균형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UCSD 연구팀은 여기에 분변 샘플 분석을 결합해, 미생물 구성만으로 최근 섭취한 음식을 85%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장내 미생물군이 단순한 소화 보조체를 넘어, 식단 이력의 생물학적 기록자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의 식습관과 장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맞춤형 식단을 설계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5 A Day’ 권고의 과학적 근거 확보
이번 연구는 기존 영양학의 구조적 한계를 기술로 보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영양학 연구는 오랫동안 개인의 기억에 의존한 식단 회상법이나 설문조사에 기반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EPFL의 로한 싱 박사과정 연구원은 “AI를 통해 실제 식습관을 장기간 추적할 수 있게 되면서, 영양 데이터가 처음으로 신뢰성 있는 규모로 확보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한 이번 결과가 공공 영양정책에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의 ‘하루 다섯 번 과일·채소를 섭취하라(5 A Day)’ 권고는 경험적 관찰에 근거한 생활지침이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적 타당성이 확인된 셈이다. 연구진은 음식의 종류나 양보다 섭취의 일관성(consistency)이 장내 미생물군의 건강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영양 지침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먹느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EPFL 연구팀은 MyFoodRepo 앱을 활용해 두 가지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나는 장 건강과 인지 기능 간의 연관성을, 다른 하나는 식품 첨가물이 미생물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다. 살라테 교수는 “일부 첨가물이 장내 미생물의 균형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데이터 기반 영양학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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