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스, 최고의 선수도 피하지 못했다… 스포츠계 공포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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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입스라고 불리는 독특한 스포츠 장애가 있다. 심한 압박감 속에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현상으로, 심하면 선수 경력을 무너뜨릴 정도로 치명적일 수 있다. 골프 선수가 갑자기 아주 짧은 퍼팅도 못 넣고, 야구 선수가 쉬운 송구를 엉뚱한 곳으로 던지는 이유는 단순한 긴장 때문만이 아닐 수 있다.

골프 선수이자 남성인 모습이 보이며, 퍼팅을 하려는 자세로 클럽을 들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입스, ‘압박감에 무너짐’과 다르다

전설적인 골프 선수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는 정신이 90%, 신체가 10%”라고 말했다. 골프는 실제 공을 치는 시간보다 다음 샷을 고민하거나 방금 실수한 장면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는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의 선수들조차 심리적 압박에 무너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그렉 노먼은 1996년 US 마스터스에서 역사적인 역전패를 당하며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초크(압박 속 실수)’ 사례 중 하나로 남았다.

하지만 이런 흔들림이 더 심한 단계로 넘어가면 ‘입스’가 된다. 입스는 손가락이나 손처럼 작은 근육이 갑자기 제멋대로 경련하거나 굳어 정상적인 동작을 방해하는 운동 장애다. 골프 퍼팅, 테니스 스윙, 양궁 조준, 야구 송구, 다트 던지기 같은 정밀한 움직임에서 자주 나타난다.

체조 선수이자 한국 대표인 여성 운동선수가 평행봉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과거 부상 같은 신체적 문제일 수도 있고, 경기 불안처럼 심리적 원인일 수도 있으며, 중요한 순간 실패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은 경우처럼 두 요소가 함께 작용하기도 한다. 특징은 몸 일부가 갑자기 ‘멈추거나’, 튀듯 움직이거나, 경련하는 식의 비자발적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선수는 긴장하고 있지 않은 훈련 상황에서도 입스를 겪을 수 있다.

입스는 종종 ‘압박감에 무너짐’과 혼동되지만 둘은 다르다. 초크는 경기 중 긴장 때문에 일시적으로 실수하는 현상이지만, 입스는 실제 근육 경련이 동반되며 며칠에서 몇 달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 또 초크는 긴장 상황에서만 나타나지만 입스는 훈련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초크가 ‘심리적 붕괴’라면 입스는 심리와 신체가 함께 꼬여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상태에 더 가깝다.

당구장에서 큐를 들고 있는 여성 선수의 모습.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배경에는 다른 선수와 물병이 보인다.
LPBA 선수 정수빈이 긴장 속에서 샷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투데이]

극복한 선수도, 은퇴한 선수도 있었다

입스 때문에 미국 프로야구 선수 존 레스터는 투수에게 가장 기본적인 동작 중 하나인 1루 송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러 코치가 투구 방식을 바꾸라고 조언했지만 효과가 없자 그는 공을 직접 던지는 대신 일부러 땅에 한 번 튀겨 1루로 보내는 방식까지 사용했다. 빠르고 정확한 송구가 중요한 야구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선택이었지만, 그는 “긴장을 없애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레스터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다.

입스를 극복하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골프 선수 이언 베이커핀치는 1991년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인데, 그는 스윙을 여러 차례 바꾸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1997년 브리티시 오픈 도중 경기를 포기한 뒤 은퇴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회고록을 출간하고 골프 해설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입스를 치료하는 확실한 방법은 아직 없다. 원인이 신체적이라면 약물치료나 침술이 사용되며, 심리적 문제라면 경기 전 루틴이나 심상 훈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과거 충격 경험이 결합된 경우에는 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 치료(EMDR)가 증상 개선에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아직 연구 규모가 작아 장기적인 검증은 더 필요하다.

2026년 PGA 챔피언십이 열리면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미국 필라델피아의 아로니밍크 골프클럽에 모일 예정이다. 누군가는 압박 속에서 빛나겠지만, 누구도 입스라는 보이지 않는 벽 앞에 무너지지 않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Medical Xpress, “The yips: When ‘choking’ in sport can go next 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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