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오젬픽·마운자로, GLP-1 효소 기술로 더 오래가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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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 GLP-1 비만·당뇨 치료제의 구조를 바꾸는 ‘생촉매 고리화’ 기술

전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다이어트 보조제나 식이요법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호르몬 경로를 조절하는 주사형 의약품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이 위고비(Wegovy) 와 오젬픽(Ozempic) 으로, 두 약물은 같은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을 기반으로 각각 비만과 당뇨 치료용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마운자로(Mounjaro) 와 지펌(Zepbound) 같은 신세대 이중 호르몬 작용제도 등장하면서, 인크레틴(incretin) 계열 약물은 전 세계 비만 치료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들 약물은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어 약효가 오래가지 않고, 약물이 작용하는 조직이나 신호를 정밀하게 조절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남아 있다.

GLP-1 펩타이드를 묶는 효소, ‘PapB’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유타대학교 밴다리안 연구실과 바이오기업 세데라 테라퓨틱스(Sethera Therapeutics)가 공동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2025년 10월 14일 국제학술지 ACS Bio & Med Chem Au 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GLP-1 유사 펩타이드의 끝부분을 효소로 직접 묶어주는 ‘생촉매 고리화(biocatalytic macrocyclization)’ 기술을 공개했다.

PapB 효소는 S-아데노실-L-메티오닌(SAM)을 이용해 펩타이드의 끝부분에 있는 시스테인(Cys)과 아스파르트산(Asp)을 연결해 황-탄소 결합(thioether bond)을 만든다. 이 반응으로 펩타이드 사슬이 닫힌 고리 형태로 변하며, 구조가 단단해져 체내에서 분해에 강해진다. [사진=ACS Bio & Med Chem Au 2025 / Sethera Therapeutics 제공]

핵심 역할을 하는 효소는 PapB로, rSAM(방사성 S-아데노실-L-메티오닌) 효소군에 속한다. PapB는 보조인자 SAM(S-adenosyl-L-methionine) 을 이용해 펩타이드의 말단에 있는 시스테인(Cys)과 아스파르트산(Asp) 또는 글루탐산(Glu) 잔기 사이에 황-탄소 결합(thioether bond) 을 형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합은 펩타이드 사슬의 끝을 닫아 단단한 고리형 구조(macrocycle) 로 변환시키며, 약물이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반감기를 크게 늘리는 역할을 한다.

기존의 화학적 고리화 방식은 고온·유기용매 조건에서 진행되어 반응 선택성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이번 PapB 효소 반응은 수용액 환경에서, 즉 인체 생리 조건과 유사한 온도와 pH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또한 효소는 비정형 아미노산(non-canonical amino acid) 이 포함된 펩타이드에서도 높은 효율을 유지했으며, 기존의 리더 서열(RiPP leader sequence) 이나 인식 단백질 없이도 정확한 결합 부위를 찾아내 고리화를 완성했다.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효소 기술로 더 오래가게 진화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PapB 시스템은 특정 서열이나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펩타이드 약물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생촉매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즉, 기존의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오젬픽)나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 같은 GLP-1 기반 약물 구조에도 쉽게 응용 가능하며, 약효 지속 시간, 조직 특이성, 수용체 선택성까지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차세대 약물 설계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의 방향

세데라의 카르스텐 이스트만(Karsten Eastman) CEO는 “이번 효소 기술은 약물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서도 안정성과 반감기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며 “차세대 GLP-1 계열 약물 개발의 새로운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제1저자 제이크 페디고(Jake Pedigo)는 “리더 서열이 없어도 효소가 정확하게 고리를 형성했으며, 이 반응은 연구실 수준을 넘어 실제 의약품 제조 공정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생촉매 반응이 단순히 약의 수명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용체 결합력 강화, 특정 신호만 선택적으로 작동시키는 제어 기능, 조직 타깃 전달 향상 등 정밀 약물 설계에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 저널 Bio & Med Chem Au 2025년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Jacob K. Pedigo et al, Leader-Independent C-Terminal Modification by a Radical S-Adenosyl-l-methionine Maturase Enables Macrocyclic GLP-1-Like Peptides, ACS Bio & Med Chem Au (2025). DOI: 10.1021/acsbiomedchemau.5c00152pubs.acs.org/doi/10.1021/acsbiomedchemau.5c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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