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서부의 이사 계곡은 사바나와 숲이 맞닿은 공간이다. 낮에는 땅이 말라가고, 우기가 오면 풀과 균류가 한꺼번에 피어난다. 이곳에 사는 침팬지, 개코원숭이, 붉은꼬리원숭이는 나무 위와 땅을 오가며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움직인다.
연구자들은 이들을 4년간 관찰하며 약 5만 건에 달하는 섭식 행동을 기록했다. 그리고 예상 밖의 사실을 확인했다. 그들의 식탁에는 버섯이 있었다. 연구를 이끈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 팀은 세 종 모두가 계절적으로 버섯을 섭취한다는 점을 밝혀냈고, 그 결과를 과학저널 ‘생태와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했다.
침팬지, 개코원숭이, 붉은꼬리원숭이의 생존 필살기
연구는 탄자니아 이사 계곡에서 진행됐다. 사바나와 숲이 맞닿은 이 지역은 건기와 우기의 차이가 뚜렷해, 먹이 자원이 계절마다 급격히 변한다. 침팬지, 개코원숭이, 붉은꼬리원숭이는 이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먹이를 찾아 나선다.
침팬지와 붉은꼬리원숭이는 열매가 줄어드는 시기에만 버섯을 찾았다. 과일이 풍부할 때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먹이가 줄면 숲 바닥으로 내려와 균류를 섭취했다. 연구진은 이런 패턴을 바탕으로 버섯이 이들에게 ‘보조 자원(fallback food)’으로 기능한다고 해석했다. 즉, 생존을 위한 임시 대체식이었다.
반면 개코원숭이는 완전히 달랐다. 그들의 섭식 기록에서 버섯은 일시적인 대체재가 아닌 주요 식자원으로 나타났다. 우기철이면 전체 식단의 30% 이상이 버섯이었고, 열매가 풍부할 때도 섭취를 멈추지 않았다. 연중 절반 정도만 자라는 균류를 집중적으로 찾아 먹은 것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적 전략의 결과였다. 같은 숲에 사는 여러 종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서로 다른 먹이 자원을 선택하는 현상, 즉 먹이 분할(niche partitioning) 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침팬지는 주로 나무 위의 열매를, 붉은꼬리원숭이는 중간 덤불층의 씨앗을, 개코원숭이는 지면의 버섯을 선택한다. 서식 공간의 층위와 섭식 대상이 자연스럽게 구분되면서, 세 종은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버섯이 영장류 간의 먹이 경쟁을 완화하고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완충 자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정된 환경 속에서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전략적 선택지라는 것이다.
이사 계곡의 환경은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와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살았던 시기와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초기 인류 역시 오늘날의 영장류처럼 버섯을 식재료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버섯은 단백질과 미네랄,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며 일부 종은 약리적 성분까지 함유한다.
다만 버섯은 쉽게 분해되어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고고학적 증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4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치석에서 버섯 DNA가 검출된 사례는, 균류가 이미 오래전부터 인류의 식단에 포함되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오늘날 탄자니아 지역에서도 버섯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중요한 식자원이다. 앞으로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자원 이용이 제한되면, 인간과 야생 동물이 같은 식재료를 놓고 경쟁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는 영장류의 먹이 선택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공유해온 식생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생태적 공존의 기원을 탐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Theresa A. Schulze et al, Mycophagy in Primates of the Issa Valley, Tanzania, Ecology and Evolution (2025). DOI: 10.1002/ece3.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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