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 치료제로 알려진 오젬픽(Ozempic)이 단순히 살을 빼는 데 그치지 않고, 우울증과 불안, 심지어 중독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을 복용한 사람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빈도가 크게 줄었고, 전반적인 정신 건강 상태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 감량 약, 우울·불안 위험까지 낮췄다
핀란드 동부대학교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약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중 2만 명 이상이 오젬픽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같은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연구 결과는 분명했다. 이 약을 복용하는 동안 사람들은 정신과 병원 방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한 기간에는 그렇지 않은 기간에 비해 정신과 치료 필요성이 약 42% 감소했다. 우울증 위험은 44%, 불안 장애는 38%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체중과 정신 건강이 깊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만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은 우울증이나 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도 비만이나 당뇨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이번 연구는 이 두 가지 문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중독·자살 위험도 감소… 뇌에도 영향 가능성
오젬픽의 효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구진은 이 약을 복용하는 동안 알코올 등 물질 사용 장애도 크게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다. 관련 입원이나 병가 역시 약 47% 감소했다. 자살 행동 위험도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걸까.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체중이 줄면서 외모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고, 혈당이 안정되면서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변화의 폭이 꽤 크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약이 뇌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보상과 즐거움을 느끼는 ‘뇌의 보상 시스템’이 달라지면서, 중독 행동이나 우울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뇌가 “이게 더 좋다”고 느끼는 기준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오젬픽이 이처럼 다양한 정신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정확한 원인은 완전히 밝혀진 게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몸을 치료하는 약이 마음까지 함께 돌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Daily, “Weight loss drug Ozempic cuts depression, anxiety, and addiction ri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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