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겪는 스트레스는 마음에만 영향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몸속 장기에도 오랫동안 흔적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장과 뇌 사이의 연결이 어릴 때 스트레스에 의해 바뀌면, 성인이 된 뒤에도 잦은 복통이나 변비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릴 때 스트레스가 ‘장-뇌 연결’을 바꾼다
미국 뉴욕대학교 연구진은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가 이후 소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는 단순히 기분이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수준을 넘어, 장과 뇌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몸에서 장과 뇌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관계다. 하루 24시간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화와 감정 상태를 함께 조절한다. 그런데 어린 시절 스트레스를 크게 겪으면 이 대화 시스템이 고장날 수 있다. 그 결과 과민성 대장증후군, 복통, 설사나 변비 같은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특히 임신 중이거나 어린 시기에 겪는 스트레스가 뇌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불안이나 우울 같은 정신 건강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스트레스는 마음과 장을 동시에 건드리는 이중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동물과 인간 모두에서 확인된 장기 영향
이 연구는 생쥐 실험과 대규모 인간 연구를 함께 진행해 신뢰도를 높였다. 먼저 생쥐 실험에서는 태어난 직후 일정 시간 동안 어미와 분리해 스트레스 상황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성체가 된 뒤 살펴보니, 이 생쥐들은 불안 행동이 증가하고 장 통증과 장 운동 이상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증상이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 운동 문제는 신경계와 관련된 경로가, 통증은 호르몬과 관련된 경로가 더 크게 작용했다. 쉽게 말해, 같은 ‘장 문제’라도 원인이 서로 달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결과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덴마크에서 4만 명 이상의 아이를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임신 중이나 출산 후 우울증을 겪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메스꺼움, 복통, 변비,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에서 약 1만 2천 명의 아이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학대, 방임, 부모의 정신 건강 문제 같은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 경험이 많을수록 소화기 문제가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 연구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장 질환을 치료할 때 단순히 현재의 스트레스만 볼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경험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연구는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의 환경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몸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영향을 이어간다. 그래서 건강을 지키는 일은 지금의 생활습관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경험까지 함께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Daily, “Scientists link childhood stress to lifelong digestive iss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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