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진심인지 연기인지에 대한 판단은 감정 그 자체보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흘리는지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울 때, 사람들은 오히려 그것을 진정성 있는 감정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폴란드 로츠대학교 심리학과 모니카 브로벨 교수 연구팀은 사람들이 타인의 눈물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16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천 명의 실험 참여자에게 인물 사진을 제시하고, 눈물이 진짜 감정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는지를 평가하게 했다. 일부 사진에는 디지털로 눈물이 합성됐다.
실험 결과, 참여자들은 남성이 눈물을 흘릴 때 여성보다 더 진정성 있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의 경우에도, 부드럽고 친근한 인상보다는 냉정하고 강해 보이는 인물이 눈물을 흘릴 때 ‘진짜 감정’으로 판단했다. 다시 말해,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울면 오히려 더 믿을 만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이라는 표현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악어는 먹이를 삼킬 때 턱 근육의 움직임으로 인해 눈물샘이 자극되면서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이 현상은 감정과 무관한 생리적 반응이다. 이로부터 유래한 ‘악어의 눈물’은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보이는 눈물을 의미하며, 진심 없는 감정 표현의 대표적 비유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눈물은 본능적인 감정 표현이지만, 그 진정성에 대한 평가는 사회적 기대와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는다”며 “일부 사람들에게는 눈물이 타인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의 진위 여부는 눈물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맥락과 개인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정적인 사진만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실제 울음은 표정, 목소리, 몸짓 등 복합적 요소로 구성되며, 이들의 상호작용이 감정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향후 영상 등 다양한 자극을 통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실험은 눈물이 단순한 생리 현상이 사회적 해석의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감정을 읽는 우리의 방식이 얼마나 맥락에 의존하고, 동시에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드러낸 결과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