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압박 속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뇌와 몸이 실제로 평소와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스포츠 심리학자들이 밝혀냈다. 또한 축구 시합에서 승부차기 시 이런 긴장 신호를 골키퍼들이 미리 읽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결국 승부차기의 핵심은 기술보다도 ‘심리적 압박을 다루는 능력’에 가까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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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실패는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심리적 압박감이 경기력을 망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나친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집중력 분산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선수들은 몸이 자동으로 하던 움직임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다. 축구 슈팅이나 골프 퍼팅처럼 원래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동작이 갑자기 어색해지는 이유다.
관중 소음이나 상대 선수의 도발도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실패하면 비난받는다”는 생각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크게 흔든다. 연구진은 잉글랜드 선수들이 오랫동안 승부차기 실패를 반복하면서 이런 압박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연구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 선수들의 승부차기 1천700개 이상을 분석했는데, 잉글랜드 선수들의 성공률은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었다. 즉, 문제는 실력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 상황에서 나타나는 심리 반응일 가능성이 컸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영국 대학 선수들에게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에 약하다”는 말을 들려준 뒤 슈팅을 시켰다. 그 결과 이 말을 들은 선수들의 성공률이 실제로 더 낮아졌다. 과거 실패 기억 자체가 현재 경기력에 심리적 압박을 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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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압박 신호’를 골키퍼는 미리 읽고 있었다
연구진은 승부차기 직전 선수들의 행동에서도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실패하는 선수들은 공을 놓은 뒤 골키퍼를 외면하거나, 심판 휘슬 직후 너무 급하게 슈팅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포츠 심리학자 게이르 요르데트는 이런 행동이 심리적 압박과 긴장의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키퍼들도 이런 신호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상대가 긴장했다고 느끼면 슈팅 방향을 조금 더 오래 지켜보거나, 말을 걸고 동작을 크게 하며 압박을 더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프랑스 선수들에게 말을 걸고 공을 치우는 행동을 했던 것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선 단순 반복 훈련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 속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경기처럼 관중 역할을 만들고, 제한 시간과 목표를 설정해 긴장 상태 자체를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승부차기 전 루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을 놓는 방법, 몇 걸음 뒤로 물러설지, 언제 숨을 들이쉴지까지 미리 정해두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방식은 축구뿐 아니라 시험, 면접, 발표 같은 일반적인 압박 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심리적 압박 앞에서는 세계 최고 선수들도 평범한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승부차기 순간 선수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긴장은,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 News Explores, “Why pressure can ruin sports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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