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수면 위를 자유롭게 기동하는 초소형 소금쟁이 모사 로봇을 개발했다. 곤충이 지닌 정교한 구조적 지능을 공학적으로 구현한 이 로봇은 빠른 물살에서도 미세한 방향 전환과 급제동, 회전까지 수행할 수 있어, 단순한 생체 모방을 넘어 실제 응용 단계로 한 걸음 나아갔다.
연구 성과는 향후 환경 오염 감시, 수상 구조 활동, 극한 환경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성과는 고제성 아주대 교수 연구팀이 15년간 축적해온 소금쟁이 거동 연구의 결실로, 세계적 권위를 가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월 22일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며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초고속 0.01초, 소금쟁이 부채다리의 비밀
소금쟁이과에 속하는 라고벨리아(ragovelia)는 다리 끝의 부채꼴 구조를 순간적으로 펼쳐 강력한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이 작은 곤충은 이 부채다리를 이용해 물결이 이는 수면 위에서도 민첩하게 몸을 돌리고, 급격히 속도를 줄이거나 다시 가속하며 생존에 유리한 기동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렇게 정교한 구조가 초단시간, 즉 0.01초라는 순간 속도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아주대 고제성 교수 연구팀은 미국 UC버클리와 조지아 공대 연구진과 협력해 이 비밀을 풀기 위한 초소형 로봇 제작에 도전했고, 결국 곤충과 동일한 원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21개의 가는 실 모양의 인공 털을 부채꼴로 배열해 곤충 크기의 로봇 다리에 부착했고, 이를 통해 실제 곤충처럼 수면 위에서 추진력과 민첩성을 모두 갖춘 기동이 가능함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탄성-모세관 현상으로 작동 확인
실험 결과는 곤충 다리 끝 구조의 작동 원리에 대한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라고벨리아는 근육의 힘으로 다리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물과의 물리적 상호작용인 탄성-모세관 현상(elastocapillary effect)에 의해 부채다리가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리가 수면에 닿는 순간 표면 장력과 탄성력이 결합해 0.01초 이내에 다발 모양의 털이 펼쳐지고, 물 밖으로 나오면 즉시 접히는 초고속 자가 변형 구조를 가진 것이다.
이는 자연계 곤충이 진화 과정에서 확보한 구조적 지능을 정밀하게 해석한 첫 사례이자, 이를 인공 로봇으로 구현해 실험적으로 증명한 세계 최초의 성과다.
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신비를 규명했을 뿐 아니라, 생체 모방 공학이 어떻게 실제 기술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향후 환경 모니터링, 재난 구조, 생체 모방 로봇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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