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만500년 전 선사시대 인류의 유전 정보를 담은 자작나무 타르 조각이 발견됐다. 이를 씹었던 사람의 타액 DNA 분석을 통해 갈색 머리와 갈색 눈을 가진 10대 소녀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시 유럽 인류의 신체적 특성과 생활 방식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확보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역사·고고학 연구소 연구팀이 석기시대에 사용된 자작나무 타르(역청)의 표면에서 치아 자국과 타액 흔적을 확인하고 DNA 분석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유물은 약 1만500년 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타르를 씹은 이는 갈색 머리와 갈색 눈을 가진 10대 여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자작나무 타르는 선사 시대 북유럽 지역에서 도구 제작 접착제, 치통 완화, 입 냄새 완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발견은 타르를 씹는 행위가 생활 속 실용 목적뿐 아니라 사회적 습관 또는 의례적 행위와도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치아 자국이 남은 표면에서 DNA를 추출해 당시 10대 소녀의 신체적 특징을 복원했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연구 결과는 영국 채널4의 다큐멘터리 ‘베타니 휴스의 세계의 보물들’ ‘숨겨진 에스토니아, 불과 얼음의 땅’ 편을 통해 소개됐다. 진행자이자 고대사 연구자인 베타니 휴스는 방송에서 “버려진 작은 물건 하나가 과거의 사람들과 우리가 직접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이번 결과는 북유럽 선사 인류가 금발과 푸른 눈을 가졌을 것이란 기존 통념에 도전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 사람들은 도구 제작 접착제이자 치통 완화제로 사용된 자작나무 타르를 씹었으며, 최근 연구에서 타르 표면의 타액 DNA를 통해 10대 소녀의 유전 정보가 복원됐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유물에서 DNA가 확인된 사례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고대 DNA 연구는 뼈·치아 등 하드 조직에서 추출되지만, 이번 사례는 유기물 표면에서 직접 타액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정밀 연대측정·생활환경 유추·식단 추적 등 후속 연구를 통해 당시 인구 이동과 문화적 교류에 대한 정보를 확대할 계획이다.
고고유전학 연구자들은 이번 분석 결과가 ‘고대 유전체 복원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향후 일상 생활 유물이 인류 진화 연구에 주요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치아 자국 형태 분석은 개인 식습관, 건강 상태, 성장 단계 추적에도 활용될 수 있어 연구 분야 확장을 기대케 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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