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동물과 사람의 피부 조직을 파먹는 ‘신세계 나사벌레’(New World Screwworm, NWS) 인체 감염이 올해 처음 보고됐다. 중앙아메리카에서 시작된 유행이 멕시코까지 번진 상황에서 미국에서도 환자가 확인되면서, 수십 년간 청정 지위를 유지해온 방역 체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나사벌레는 학명 Cochliomyia hominivorax인 파리목 곤충의 유충이다. 성충이 피부에 알을 낳으면 부화한 구더기가 숙주의 조직을 파고들어 먹는다. 감염 초기에는 가려움과 통증, 발적과 부종이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 괴사·고름·출혈로 악화된다. 감염 부위는 빠르게 넓어져 뼈나 내장 기관까지 손상될 수 있으며, 이차 감염으로 패혈증이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실제 파나마와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귀·코·눈 주변이 파괴된 환자가 보고됐고, 치료가 늦어져 사망한 사례도 있다. 미국 농무부 기록에 따르면 20세기 중남미 지역에서 나사벌레 감염 피해는 수천 건에 달했으며, 심각한 신체 손상과 사회적 고통을 남겼다.
이번 미국 환자는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여행 후 입국해 메릴랜드에서 치료를 받았다. 미 보건복지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번 사례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위험은 낮다”고 밝혔다.
NWS 감염증은 2023년 중앙아메리카에서 확산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멕시코까지 북상했다. CDC는 이번 사례가 여행자 감염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가축으로 전파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미 농무부(USDA)는 나사벌레가 텍사스에서 유행할 경우 폐사, 살처분, 방제 비용 등으로 최대 18억 달러(약 2조5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은 1960년대 불임 수컷 방사 프로그램으로 나사벌레를 박멸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재확산을 막기 위해 농무부는 최근 7억5천만 달러(약 1조400억 원)를 들여 텍사스에 불임 나사벌레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당국은 “현재 위험은 낮지만 재유입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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