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트라우마에 노출된 여성이 사춘기 조숙을 보일 경우 12~14세 무렵 우울증 및 불안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아동기 외상 경험을 한 사람은 이후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트라우마가 어떤 식으로 악화되어 위험 노출 가능성을 높이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그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그중 하나가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시점 및 속도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우울증과 불안 장애와 같은 질병은 특히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춘기 시기에 발현되기 쉽다. 특히 여성의 경우 동년배 남성보다 발현될 확률이 두 배나 높다. 우울한 기분과 불안 증세는 심리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외부가 아닌 자기 내부로 향하게 하는 내재화(internalizing) 증상의 전형이다. 이에 반해, 타인을 향한 공격성이나 규율 위반 등의 외현화(externalizing) 증상은 주로 남성한테서 자주 나타난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사춘기 무렵에 처음 나타난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내재화 증상은 사춘기 여성에게 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특히 사춘기 조숙을 겪는 여성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유가 뭘까? 연구진은 사춘기 청소년의 위험 요소와 회복탄력성을 분석한 결과, 위험 상황에 노출되는 빈도와 강도가 사춘기 조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사춘기에 접어든 뒤 내재화 증상이 발현될 가능성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라케시(Rakesh) 박사 연구팀은 사춘기 조숙과 청소년기 여성의 내재화 증상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했는데, 이들은 아동기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집단을 추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신경 영상 데이터 소스를 활용했다. ‘청소년 뇌 인지 발달(ABCD)’ 연구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에는 2016~2018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21개 지역에서 9~10세 청소년 약 11,800명을 조사한 자료를 포함한다.
실험 참가자의 최초 연구 시점은 평균 10세였고, 최종 시점의 평균 연령은 13세였다. 이들 중 약 63%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노출되지 않았다. 아동기 트라우마에 노출된 비율은 약 1/4이었으며, 10%는 두 번 이상 트라우마 경험에 노출되었다. 연구진은 이들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만한 사건을 겪었을 뿐이지, 반드시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의미는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이들 중 54%는 백인이었고, 흑인은 13%, 히스패닉은 20%, 아시아인은 2%였다. 부모가 대학 이상을 나온 비율은 약 60%, 가구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인 비율은 46%였다.

연구팀은 먼저 약 4,000명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사춘기 진행 속도를 분석해 세 그룹으로 분류했는데, 이들 중 9%는 ‘사춘기 조숙’으로, 76%는 ‘일반 수준의 발달’, 15%는 ‘지연 발달군’으로 분류되었다. 전체적으로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한 사춘기 조숙층은 나머지 그룹에 비해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의 빈도와 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연 발달군은 상대적으로 트라우마 노출이 가장 적었다. 그렇다고 이것이 반드시 아동기 트라우마와 사춘기 조숙의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짚어볼 문제는, 아동기 외상 경험과 내재화 증상 발달 간의 연관성이다. 초기 외상 경험이 더 많은 소녀들은 12~14세에 내재화 증상의 발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다시 9~10세 시점의 사춘기 발달 양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더 많이 노출되었고 내재화 증상 발현 위험이 높은 집단은 9~10세 시기에 다른 또래들에 비해 이른 사춘기 발달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이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14세 경에도 남들보다 더 빠른 사춘기 진행 속도를 보이는 건 아니었다. 연구진은 아동기 때 경험한 트라우마가 청소년 여성의 사춘기 조숙과 내재화 증상 발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으나, 여기서 ‘조숙’은 사춘기 시작 시점이 이르다는 의미일 뿐 사춘기 발달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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