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생명을 찾는 일은 끝없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다. 그 단서를 쥔 것은 언제나 물이다. 태양계 밖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서브넵튠(sub-Neptune)’은 지구보다 크고 해왕성보다는 작은 행성으로, 내부에 물이 풍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항성 가까이에서 공전하기 때문에 표면에 액체 바다가 존재하기는 어렵다. 대신 두꺼운 수증기 대기와 특수한 상태의 물이 겹겹이 자리한 ‘스팀 월드(steam world)’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행성이 은하계에서 매우 흔하다는 사실은, 그 구조와 진화를 규명하는 일이 외계 생명 탐색의 핵심 과제로 이어진다.
스팀 월드 내부를 겨냥한 새 모델
캘리포니아대 새너제이 연구진은 스팀 월드의 내부와 장기 진화를 계산하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7월 24일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했다. 기존 모델이 태양계 얼음 위성에 기반해 서브넵튠의 조건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었던 반면, 이번 모델은 수증기·초임계수(supercritical water)·초이온성 얼음(superionic ice) 등 물의 다양한 상태를 모두 반영했다.
최신 실험 데이터와 이론을 결합해 행성 대기 두께, 내부 열구조, 수분 분포가 수억~수십억 년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는 서브넵튠을 단순한 정적 단면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시간에 따른 진화를 포함한 첫 정밀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물의 특성과 외계 생명 탐색
연구팀은 행성 내부를 “지상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극한 조건을 보여주는 자연 실험실”로 설명했다. 이 안에서 핵심은 물이다. 물은 산성과 염기성 양면성을 지니고, 다양한 분자를 잘 녹이며, 수소결합을 통해 높은 끓는점과 열용량을 가진다. 이런 성질은 복잡한 화학 반응을 가능케 하며, 곧 생명의 기반을 마련한다. 따라서 스팀 월드 연구는 단순히 물리적 구조를 규명하는 차원을 넘어, 어떤 조건에서 물이 안정적으로 존재하고 생명 친화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지를 판별하는 과학적 기준을 제공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이미 일부 서브넵튠에서 수증기를 확인했으며, 유럽우주국(ESA)의 차세대 PLATO 임무는 궤도와 연령, 내부 구조 데이터를 통해 이번 모델의 예측을 검증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이 성과가 외계 행성의 분류를 넘어, 실제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을 가려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Artyom Aguichine et al, Evolution of Steam Worlds: Energetic Aspects, The Astrophysical Journal (2025). DOI: 10.3847/1538-4357/add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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