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美 연구팀 “불임 치료 적용 기대”
환자의 체세포(피부세포) 핵을 기증 난자에 이식해 실제로 정자와 수정 가능한 난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이 난자를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하는 데 성공하며 불임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OHSU)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과 차의과대 강은주 교수·이연미 박사 연구팀은 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피부세포 핵을 미리 핵을 제거한 난자에 삽입한 뒤, 염색체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과정을 거쳐 정상적인 수정이 가능한 난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난자를 정자와 수정시킨 결과 일부는 4~10세포기까지 발달했고, 약 9%는 수정 6일째 배반포(blastocyst) 단계까지 성장했다. 배반포기는 체외수정(IVF)에서 자궁에 이식할 수 있는 시점으로, 인체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한 줄기세포가 형성되는 중요한 단계다. 연구진은 윤리적·법적 규제에 따라 배반포 이후 배양은 중단했다.
불임은 부모의 정자나 난자 중 하나가 기능하지 못할 때 발생하며, 기존 IVF 시술이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다. 체세포 핵이식은 환자의 체세포에서 핵을 꺼내 기증 난자에 이식해 정상 기능을 가진 난자를 만드는 기술로, 불임 치료의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체세포는 이미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어 그대로 수정하면 염색체 수가 69개가 되는 문제가 있었다.

환자 체세포(피부세포)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해 만든 체세포 핵이식(SCNT) 난자. 난자 안에 방추사(흰색 점)가 보인다. [사진=Mitalipov laboratory]
연구팀은 앞서 생쥐 실험에서 체세포 핵을 감수분열과 유사한 방식으로 재프로그래밍하는 ‘체세포 감수분열(mitomeiosis)’ 기법을 개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 피부세포 핵을 난자에 삽입한 뒤 전기 자극과 약물(roscovitine)을 이용해 염색체 수를 23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연구진은 대부분 배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했고, 배반포에서도 염색체 이상이 확인되는 등 한계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체세포 핵이식과 감수분열 유도 방식이 인간 세포에서도 적용될 수 있음을 입증한 개념 증명 연구로 평가된다.
강은주 교수는 “난자가 없는 여성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연구를 시작했다”며 “원천 기술을 개발했지만 국내에서는 사람 난자를 이용한 연구가 어렵기 때문에 미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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