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렘보렉산트,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 40% 억제 확인
단순한 숙면 보조제로 여겨졌던 수면제가 알츠하이머 예방의 열쇠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불면증 치료제로 시판 중인 렘보렉산트가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타우 단백질의 축적을 최대 40% 억제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이는 수면의 질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한 연관성을 넘어,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직접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승인된 약물이라는 점에서, 신약 개발보다 빠르게 임상 적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타우 단백질 줄인 건 ‘잠의 질’이 아니라 ‘기전’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축적되도록 유전 조작된 실험용 생쥐에게 각각 두 가지 수면제를 투여했다. 하나는 널리 사용되는 졸피뎀(앰비엔), 다른 하나는 비교적 최근에 승인된 오렉신 차단제 렘보렉산트(상품명 데이비고)였다. 두 약물을 투여한 생쥐의 수면 시간은 동일하게 유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렘보렉산트를 복용한 쥐의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 부피는 졸피뎀 그룹보다 30~40% 더 컸고, 전반적인 뇌 위축도 훨씬 적었다. 단순히 얼마나 자느냐보다 뇌 각성 신호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뇌 보호에 중요한 변수라는 뜻이다.
다만 이 효과는 수컷 생쥐에서만 나타났고, 암컷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암컷 생쥐는 원래 타우 단백질에 더 민감하면서도 실제 손상은 덜 받는다는 점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를 추가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Samira Parhizkar/WashU Medicine]
치료제 재활용 전략, 알츠하이머에도 통할까
렘보렉산트는 기존 수면제와 달리 운동 기능 저하나 협응력 손상이 적어 고령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항체 치료제와 병행하는 새로운 알츠하이머 복합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아밀로이드 제거 항체 치료는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한계가 있어, 타우 단백질 억제를 추가하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이 아닌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며,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시판 중인 약물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빠를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홀츠먼 박사는 “수면과 뇌 건강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오렉신 차단제의 뇌 보호 효과는 우리가 알츠하이머를 다루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2025년 6월 학술지 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Nature Neuroscience.
자료: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in St. Lo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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