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각도에 따라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보석풍뎅이의 등껍질 구조를 모방해, 1볼트 이하의 초저전력으로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색을 구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정현호 교수와 KAIST 송영민 교수 공동연구팀은 전기 자극과 빛의 편광 방향에 따라 색상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카이랄(Chiral) 플라즈모닉 전기변색 메타표면’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 10월 1일자에 게재됐다.
나선 구조 모방해 287nm 색상 제어
연구팀은 보석풍뎅이의 나선형 미세구조에서 착안해,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금 기반 나선형 나노구조를 설계하고 여기에 전기변색 고분자를 결합했다. 그 결과, 1볼트 이하의 낮은 전압으로도 287나노미터(nm) 범위의 파장 조절이 가능해 가시광선 대부분의 색을 구현할 수 있었다.
전기변색 소자는 전압을 인가하면 색이 바뀌는 장치로, 스마트 윈도우나 전자 종이, 저전력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색 변화 폭이 좁거나 고전압이 필요해 한 픽셀에서 다양한 색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카이랄성(chirality)’과 ‘이색성(dichroism)’ 개념을 결합해 해결했다. 즉, 거울에 비춰도 겹치지 않는 비대칭 구조를 도입해 편광에 따라 색이 달라지도록 만든 것이다.
0.25초 반응, 1.3mW 초저전력
새로운 메타표면은 노광이나 식각 같은 복잡한 공정 없이 기판 위에서 쉽게 제작할 수 있으며, 빨강(R), 초록(G), 파랑(B) 등 기본 색을 포함해 거의 모든 색을 구현할 수 있다. 색상 전환 속도는 0.25초 이하로 빠르고, 1㎠당 약 1.3밀리와트(mW) 수준의 초저전력으로 구동된다.
또 한 번 전압을 가하면 전원을 끊어도 약 15분간 색상이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특성을 보였으며, 1000회 이상 반복 구동 후에도 성능 저하가 없었다. 제작 후 1년이 지난 뒤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내구성과 신뢰성을 모두 확보했다.
차세대 광 논리 소자·AR 디스플레이 응용 가능
연구팀은 이를 4픽셀로 구성한 광 논리 메모리 소자로 확장해 전압과 편광의 조합만으로 162가지 색상 조합을 구현했다. 이는 기존의 2진 논리를 넘어서는 3진(ternary) 광 논리 체계로, 고밀도 광 데이터 저장과 시각 정보 암호화 같은 차세대 광 정보처리 기술에 활용될 수 있다.

4픽셀 조합만으로 162가지 색상 표현이 가능해 광 논리 메모리와 정보 암호화 기술에 활용될 수 있다.
[사진=GIST 제공]
정현호 GIST 교수는 “빛의 편광성과 전기 자극을 결합해 색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며 “낮은 전력으로 선명한 색을 표현할 수 있어 야외 디스플레이, 광학 메모리, 보안용 디스플레이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민 KAIST 교수는 “편광에 반응하는 전기변색 소자는 향후 AR·VR 디스플레이, 광 센서, 포토닉 컴퓨팅의 핵심 기술로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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