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수많은 별들이 빛나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존재가 숨어 있다. 대부분의 은하는 중심부에 태양 질량을 수십억 배나 웃도는 초거대 블랙홀을 품고 있다. 이 블랙홀이 주변의 가스를 빨아들이며 뿜어내는 에너지는 은하 전체보다 더 밝게 빛나는 퀘이사로 관측된다. 은하와 블랙홀이 이렇게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둘이 어떻게 동시에 성장해왔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그런데 최근 일본 스바루 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활용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빅뱅 후 9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초기 우주의 은하 두 곳을 들여다본 결과, 그 해답의 한 조각이 드러났다. 별의 생산이 거의 멈춘 상태에서도 초거대 블랙홀이 여전히 강력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스바루 망원경의 광역 탐사를 통해 발견된 두 퀘이사(J2236+0032, J1512+4422)를 JWST 근적외선 분광기로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은하들은 이미 태양 질량 400억~600억 개에 해당하는 별을 보유한 거대한 집단으로 성장해 있었지만, 새로운 별의 탄생은 거의 멈춘 상태였다. 별빛 속 중성 수소의 흡수선은 수억 년 전 폭발적인 별 형성 이후 급격히 활동이 꺼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중심의 초거대 블랙홀은 여전히 막대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활동 중이었는데, 이 강력한 복사가 은하 내 가스를 가열하거나 바깥으로 몰아내 별의 탄생을 억제했을 가능성이 크다. 말 그대로 은하가 더 자라지 못하게 하는 ‘제동 장치’가 블랙홀에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발견은 은하와 블랙홀이 나란히 성장한다는 ‘공진화’의 기원이 이미 우주가 태어난 지 10억 년이 채 안 된 시점부터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가까운 우주에서는 은하 질량과 블랙홀 질량이 밀접하게 비례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만, 그 관계가 언제 형성되었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오노우에 마사후사 박사(도쿄대·와세다대)는 “우주 초기부터 이미 성숙하고 별이 꺼져가는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라며 “활동적인 초거대 블랙홀이 은하 진화의 속도를 바꿔놓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JWST와 스바루 망원경을 결합해 더 많은 초기 은하를 조사하고, 블랙홀과 은하의 복잡한 동반 성장 과정을 추적할 계획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Masafusa Onoue et al, A post-starburst pathway for the formation of massive galaxies and black holes at z > 6, Nature Astronomy (2025). DOI: 10.1038/s41550-025-02628-1
자료: Nature Astr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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