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이 플라스틱 대체할까? 칠면조꼬리버섯의 친환경 방수 코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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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숲속 낡은 그루터기에 얇은 부채 모양으로 층층이 펼쳐져 있는 버섯이 있다. 갈색·회색·황토빛이 띠처럼 이어져 칠면조의 꼬리 깃털을 연상시키는 칠면조꼬리버섯이다. 이 버섯의 내부에 숨은 균사체가 물과 기름, 유기용매를 밀어내는 자연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일회용 비닐랩을 대체할 새로운 소재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메인대 연구진은 이 균사 구조를 그대로 살린 친환경 코팅을 제작하며 자연 유래 소재가 공학적 성능을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자연의 방수 구조···칠면조꼬리버섯의 균사체

칠면조꼬리버섯(Trametes versicolor)은 세계 여러 지역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재부후균이다. 나무줄기 표면에 겹겹이 자리 잡은 모자는 부채처럼 펼쳐져 있으며, 색 띠가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시각적으로 강한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모자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목재 내부로 뻗어 있는 균사체다. 이 균사체는 나무를 분해하며 촘촘한 섬유망을 형성하고, 그 구조 자체가 기본적인 발수성을 띤다.

목재 내부를 가득 채우며 퍼지는 칠면조꼬리버섯의 균사체 구조. 미세한 실타래가 얽힌 이 구조가 물과 기름, 용제를 막아내는 자연적 차단막 역할을 한다.
[사진=Depositphoto]

거미줄처럼 미세한 섬유가 촘촘히 퍼져 있는 칠면조꼬리버섯의 균사체 구조. 이 복잡한 네트워크가 물·기름·유기용매를 막아내는 자연적 차단막 역할을 하며, 이번 연구 코팅 기술의 기반이 됐다.
[사진=Depositphotos]

연구팀은 바로 이 균사체가 가진 미세한 틈과 실 모양의 배열이 공학적 차단막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목재 기반 나노셀룰로오스 섬유와 혼합해 코팅 소재로 만들었다.

균사체와 나노셀룰로오스가 만든 차단막

균사체와 나노셀룰로오스를 섞은 코팅 혼합물은 두 종류의 종이, 데님 천, 폴리에스터 펠트, 자작나무 베니어 등 다양한 표면에 얇게 도포됐다. 하루 동안 건조한 뒤 따뜻한 환경에서 3일간 균사체를 성장시키자, 페인트 한 겹 정도의 두께를 가진 고른 코팅층이 형성됐다. 4일째에는 노란색·주황색·갈색의 자연색 얼룩이 표면에 나타났는데, 이는 균사체가 기질 위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 구조적 특성이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확인한 차단 성능은 뚜렷했다. 코팅된 표면 위의 물방울은 작고 둥근 구체를 이루어 굴러 떨어졌고, 무처리 표면에서는 곧바로 퍼지거나 흡수됐다. n-헵탄, 톨루엔, 피마자유 등 여러 종류의 액체에서도 차단 기능이 유지됐다.

칠면조꼬리버섯 균사체 코팅을 적용한 다양한 표면 위에서 물방울이 구슬처럼 맺혀 떨어지는 모습. 종이·데님·폴리에스터 펠트 등에서 동일한 발수 효과가 확인됐다.
[사진=Langmuir 2025]

플라스틱 대체 기술로서의 의미

메인대 연구진은 이 코팅이 식품 안전성이 요구되는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며, 일회용 비닐랩이나 종이컵 내부 코팅을 대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하월 교수는 자연계의 기능적 구조를 활용하면 플라스틱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균사체 기반 개발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은 굴버섯 균사체와 대나무 부산물로 여름철 열을 흡수하지 않는 타일을 개발했고, 뉴캐슬대는 균사체·곡물·충전재를 활용한 생분해 건축재 ‘마이코크리트’를 실험 중이다.

메인대의 이번 칠면조꼬리버섯 코팅 연구는 저널 Langmuir에 최근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American Chemical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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