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박쥐 ‘대형 야박쥐(Nyctalus lasiopterus)’가 공중에서 새를 사냥한다는 사실이 25년 만에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덴마크 오르후스대와 스페인 도냐나 생물연구소, 독일 라이프니츠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초소형 생체기록장치를 이용해 박쥐가 지상 1km 상공에서 철새를 쫓고 포획해 비행 중 그대로 먹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밤하늘의 급강하 사냥, 1km 상공의 포식자
연구진은 무게 3~4g의 초소형 생체기록장치를 대형 야박쥐의 등에 부착해 고도, 속도, 가속도, 초음파, 먹이 섭취 소리를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수집된 데이터는 박쥐가 밤하늘 1km 상공까지 상승한 뒤 철새의 이동 고도에 진입해 낮은 주파수의 강력한 초음파로 새를 탐지하고, 짧은 ‘공격 콜’을 연속으로 내며 급강하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새들은 이 음역대를 인식하지 못해 회피할 틈이 거의 없었다.
실제로 한 박쥐는 약 3분간의 추격 끝에 새를 포획했고, 이어 20여 분 동안 이어진 씹는 소리가 녹음됐다. 분석 결과 먹잇감은 유럽울새(Erithacus rubecula)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박쥐가 날개막을 앞으로 끌어당겨 새의 몸통을 고정한 뒤, 날개를 분리해 저항을 줄이고 비행을 유지한 채 먹이를 섭취한 것으로 해석했다.

[사진=Elena Tena/Aarhus University]
밤하늘의 포식자, 생태계의 빈칸을 메우다
이번 연구는 박쥐가 곤충뿐 아니라 새까지 비행 중 포획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실증했다. 대형 야박쥐는 다른 종처럼 곤충을 추적하는 대신, 밤하늘을 이동하는 철새를 표적으로 삼는다. 이는 기존 공중 포식의 한계를 넘어선 행동으로, 야간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낮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연구에 참여한 로라 스티드숄트(덴마크 오르후스대)는 “박쥐가 비행 중 새를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은 감각과 근육, 비행 제어가 정밀하게 통합된 결과”라며 “공중 포식의 정점에 선 행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야박쥐는 유럽에서도 희귀한 종으로, 서식지 감소와 산림 훼손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연구진은 이들의 생태적 역할을 파악하는 것이 보전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쥐가 밤하늘에서 새를 사냥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생태적 호기심을 넘어, 낮과는 전혀 다른 ‘야간 먹이사슬’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참조 논문: L. Stidsholt et al, Greater noctule bats prey on and consume passerines in flight, Science (2025). DOI: 10.1126/science.adr2475.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r2475
자료: Science / Aarhus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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