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쏟아지는 전파 소음을 피해, 인류 최초의 달 전파망원경이 우주 초기의 흔적을 좇는다.
미국 브루크헤이븐 국립연구소를 비롯해 NASA, UC버클리, 로런스 버클리 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루시-나이트(LuSEE-Night)’는 민간 우주기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착륙선 ‘블루 고스트 2’에 실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달의 뒷면에 착륙할 예정이다.
임무 목적은 빅뱅 이후 우주배경복사(CMB)가 형성된 뒤, 별과 은하가 등장하기 전 약 3억 8천만 년 동안 지속된 ‘우주 암흑기(Cosmic Dark Ages)’의 신호를 포착하는 것이다.
달 뒷면, 전파 천문학의 마지막 피난처
전파천문학은 우주를 탐색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아 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를 통해 펄사, 퀘이사, 초대질량 블랙홀, 우주배경복사 등 수많은 천체와 현상을 규명해왔다.

[사진=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하지만 지구는 각종 인공 전파와 자연 전자기 간섭이 얽혀 있는 복잡한 환경이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위성 신호, 이동통신, 자동차 점화장치, 번개, 전자제품 등 다양한 전파원이 섞여 있어 미세한 우주 신호를 구분하기 어렵다. 일부 관측소는 외딴 지역이나 전파 보호구역에 설치돼 있지만, 우주 초기의 극히 약한 전파를 검출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루시-나이트가 착륙할 달의 반대편은 지구 전파가 도달하지 않는 유일한 천체 표면으로, 달 자체가 거대한 차폐막이 되어 전파 간섭을 자연스럽게 막아준다.
이처럼 완벽에 가까운 전파 무음 환경은 지금껏 지구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던, 극저주파 대역(0.1~50MHz) 관측을 가능케 한다. 특히 중성수소 원자가 방출한 21cm 전파선은 우주 암흑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열쇠로 여겨지며, 이 신호는 우주 팽창으로 인해 적색편이된 형태로 루시-나이트의 탐지 범위에 들어온다. 이 프로젝트는 인류가 처음으로 이 대역의 우주 신호를 지구 외부에서 정밀하게 포착하려는 시도다.

[자료=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혹독한 달 환경을 견디는 기술 실증 실험
루시-나이트는 가로세로 1m, 높이 0.7m 크기의 소형 장비로, 3m 길이의 안테나 4개를 직각 방향으로 배치해 약 6m 길이의 2축 수신 배열을 형성한다. 안테나는 회전이 가능해 하늘의 특정 영역을 향할 수 있고, 궤도 위성에서 송출되는 기준 신호를 활용해 수신 성능을 정밀하게 보정한다. 내부에는 50MHz 대역 수신기와 스펙트럼 분석기가 탑재돼 있으며, 장비 전체는 자율 운용되도록 설계됐다. 달의 극단적인 환경도 도전 과제다.

[사진=Firefly Aerospace]
낮에는 태양열이 극심하고, 밤에는 기온이 영하 173도까지 떨어진다. 이를 견디기 위해 루시-나이트는 태양열 반사 차폐막과 40kg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약 14일간 지속되는 달 밤 동안 히터를 작동시켜 내부 시스템을 보호한다. 전체 임무는 최대 18개월을 목표로 하며, 지구와의 통신은 중계 위성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임무는 본격적인 과학 관측 이전에, 달 뒷면에서 전파망원경이 원격으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공할 경우, 연구자들은 달의 대형 분화구를 활용한 초대형 전파망원경 설치 계획도 구체화할 수 있다. 이는 한때 세계 최대였던 아레시보 천문대를 넘어서는, 차세대 심우주 관측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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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뒷면에 첫 전파망원경…지구 소음 피해 ‘우주 암흑기’ 정조준”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