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5억 년 전, 원시 지구 근처로 화성 크기의 행성 ‘테이아(Theia)’가 접근했다. 두 천체가 충돌하면서 지구 표면의 일부가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고, 그 파편이 응집해 오늘날의 달이 형성됐다. 이 사건은 지구의 회전 속도, 축 기울기, 해양 조석 등 행성의 기본 조건을 바꾼 결정적 순간이었다.
최근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천체물리학자 제이컵 케게리스(Jacob Kegerreis) 연구팀이 초고성능 시뮬레이션을 통해 ‘거대 충돌설(Giant Impact Hypothesis)’을 정량적으로 복원했다. 이번 연구는 달과 지구가 거의 동일한 물질 조성을 갖게 된 과정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며, 두 천체가 동일한 기원을 공유했음을 뒷받침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 충돌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지구의 자전·조석·생명 진화까지 형성한 결정적 사건으로 나타났다.
지구와 달이 거의 동일한 물질 조성을 지닌 것도 그 공통된 기원 때문이다.
충돌이 만든 행성계의 재탄생
케게리스 연구팀은 수억 개의 입자로 구성된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약 45억 년 전, 원시 지구와 테이아(Theia)가 충돌하던 순간을 재현했다. 각 입자는 행성의 암석과 금속 성분을 나타내며, 중력·압력·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충돌 직후의 물질 흐름을 정밀 추적했다.
모델 결과, 테이아는 초당 수 킬로미터의 속도로 비스듬히 지구를 강타했다. 이 충돌로 지표는 완전히 녹아 거대한 마그마 대양이 형성됐고, 외층 물질 일부가 우주 공간으로 방출됐다. 이 방출된 물질은 지구 주위를 돌며 고온의 원반 형태로 응집했고, 그 안에서 실리케이트 입자들이 서서히 결합해 하나의 위성체로 성장했다. 그 결과 탄생한 천체가 오늘날의 달이다.
케게리스 연구는 달과 지구가 화학적으로 유사한 이유를 수치적으로 제시했다. 달 암석의 산소·티타늄 동위원소 비율이 지구 맨틀과 거의 일치하는 것은, 테이아가 지구와 비슷한 조성을 가진 행성이었기 때문이다. 충돌 후 혼합된 잔해가 균질하게 응축되면서 달은 사실상 ‘지구의 분리된 일부’로 남게 됐다.
연구팀은 또한 충돌의 각도와 속도가 달 형성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충돌이 정면이거나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물질이 흩어져 위성이 형성되지 않으며, 일정한 각도와 속도에서만 안정적인 파편 원반이 만들어진다. 케게리스는 “달의 탄생은 단순한 파편 응집이 아니라, 행성이 충돌 이후 에너지를 재분배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달이 남긴 지구의 기억
오늘날 달은 매년 약 3.8cm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는 충돌 직후 빠르게 자전하던 지구가 달의 인력에 의해 점차 감속된 결과로, 거대 충돌설의 궤도 진화 예측과 부합한다.
또한 아폴로 탐사에서 수집된 달 암석의 동위원소 조성은 지구 맨틀 물질과 거의 동일하다. 이러한 일치는 달이 지구와 테이아의 잔해에서 응축된 천체임을 지질학적으로 입증한다.
달은 대기나 판 구조 운동이 없어 형성 당시의 지질학적 흔적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반면 지구는 끊임없는 지각 활동으로 초기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달은 초기 태양계의 충돌과 행성 진화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천체로 남아 있다. 달은 초기 태양계의 물질과 충돌 흔적을 보존한, 지구 형성 과정을 해석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천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P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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