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정의 과학노트] 식이섬유 이야기③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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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적절한 식이섬유 섭취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관찰 연구와 실험 연구를 통해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한 사람에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이 잘 발생하고, 결국 동맥경화와 이로 인한 심근경색, 뇌졸중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이를 지지하는 연구 결과는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2017년 발표된 한 우산 리뷰(Umbrella review, 여러 개의 연구를 분석한 메타분석을 다시 여러 개 묶어 분석한 것)에서는 31개 메타분석 결과를 종합해 식이섬유 섭취가 많은 사람에서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위험도가 낮을 뿐 아니라 전체 심혈관 질환 및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앞서 2013년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이 7g씩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9%씩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식이섬유 섭취가 심혈관 질환의 예방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귀리, 채소류, 과일, 콩류, 견과류 등 고식이섬유 식품군. 이러한 식품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과 장내 환경 개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Science Wave]

이 연구에서는 식이섬유의 종류와 공급원에 따른 효과도 분석했는데, 분류를 나눌 수 있었던 경우 불용성 식이섬유는 7g당 18%, 수용성 식이섬유는 4g당 12% 정도의 심혈관 질환 위험도 감소와 연관이 있었다. 통곡물에 의한 식이섬유는 7g당 8%, 과일의 식이섬유는 4g당 4%, 채소에 의한 식이섬유는 4g당 8%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식생활에서 식이섬유를 불용성과 수용성으로 나눠 먹고, 공급 음식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먹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충분한 채소, 과일, 통곡물을 섭취해 골고루 먹어 식이섬유 섭취량을 유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건강한 식습관이다.


심혈관 보호 효과의 생리학적 기전

식이섬유가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낮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잘 알려진 기전들이 있다. 첫 번째는 장에서 담즙산의 재흡수를 막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담즙산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물질로,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 대부분은 다시 재흡수되어 재사용되지만, 수용성 식이섬유가 이에 결합해 재흡수를 방해하면 대변으로 그대로 배출된다. 배출된 만큼 콜레스테롤을 이용해 담즙산을 만들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진다.

이와 같은 사실은 오래전부터 동물 실험은 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예를 들어, 1999년 미국 예방의학 저널에 실린 임상 연구에서는 169명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15주간 하루 20g의 식이섬유 보충제와 위약을 주고 LDL 콜레스테롤, 총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위약군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식이섬유 섭취군에서는 LDL 콜레스테롤이 12.5% 감소하고, 총 콜레스테롤도 8.5%나 감소했다.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심장의 해부학적 구조와 주요 혈관의 혈류 방향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도식. 붉은색은 산소를 함유한 동맥혈, 푸른색은 산소가 적은 정맥혈의 흐름을 의미하며, 이 순환은 좌심실-대동맥-전신-우심방-폐-좌심방을 거치는 정상적인 심혈관계의 펌프 기능을 보여준다. 식이섬유는 장에서 담즙산의 재흡수를 억제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저항을 줄이며, 혈압 조절과 염증 감소를 유도함으로써 이러한 심혈관 순환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료=Science Wave]

두 번째 기전은 식이섬유가 혈압을 낮추는 데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춰 혈관 저항을 줄이고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는 것이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또, 산화질소(NO) 생성을 촉진해 혈관을 확장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2024년 학술 저널 Hypertension에 실린 리뷰에는 고혈압 환자에서 식이섬유 섭취 권장량이 남성은 하루 38g, 여성은 하루 28g 이상이며, 하루 섭취량이 5g 증가할 때마다 수축기 혈압이 2.8mmHg, 이완기 혈압이 2.1mmHg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 번째 기전은 인체에 유익한 장내 미생물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분해할 때 나오는 짧은 사슬 지방산(SCFAs, Short Chain Fatty Acids, 단쇄지방산)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SCFAs가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낮춘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으며, 그 세부적인 기전도 밝혀지는 중이다.

예를 들어, 호주 모나쉬 대학의 프란시스 마르케스 교수 연구팀은 UK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393,649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SCFAs가 결합하는 수용체 중 하나인 G 단백질 연계 수용체(G-protein-coupled receptors, GPCRs)에 이상이 있는 경우,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해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SCFAs가 GPCR을 통해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이런 변이가 있는 경우는 1% 미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식이섬유 섭취가 권장된다.

이외에도 식이섬유가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HMG-CoA 전환효소를 억제하는 것도 가능한 기전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SCFAs의 일종인 프로피온산에 의한 효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 역시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2020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서는 우리나라 성인의 식이섬유 충분 섭취량을 남자는 하루 25g, 여자는 20g으로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과일, 잡곡, 콩류, 해조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쌀밥보다는 잡곡밥, 주스보다는 생과일을 선택하며, 끼니마다 2가지 이상의 채소 반찬(나물, 생채, 쌈 등)을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 셈이다. 반면,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기도 하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매일의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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