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정의 의학노트] 식이섬유 이야기⑦ 점점 줄어드는 식이섬유 섭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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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 잡곡밥과 나물 평범한 한식, 가장 이상적 식이섬유 식단

앞서 연재 칼럼에서 식이섬유의 효용을 다룬 바 있지만, 정작 현대인의 실제 섭취량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식단의 서구화,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의 범람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지만, 인류 진화사를 살펴보면 식이섬유 섭취 감소는 단기간의 변화가 아니라 수백만 년에 걸쳐 이어져 온 흐름이기도 하다.

수렵·채집 시기의 조상은 단순한 도구와 불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농경이 시작되면서 곡물과 가축에서 고농도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식이섬유 섭취량은 줄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감소가 한층 가속화되어 건강 유지에 위협이 될 정도로 낮아진 상태다.

수렵·채집 시절 인류의 식단은 열매, 뿌리, 잎채소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자연 식품이 중심이었다.
[사진=MidJourney 제작 이미지]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의 사라 모라이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과거와 현재의 섭취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장내 미생물 비교 연구를 수행했다. 장내 미생물 가운데 대표적 식이섬유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세균이 많을수록 식이섬유 섭취가 많았을 것이라 가정하면, 정확한 섭취량을 알 수는 없어도 시대별 변화 추이는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대인과 원시 부족민, 1000년 전 인골에서 검출된 장내 미생물, 반추동물, 유인원 등 다양한 집단의 장내 미생물 게놈을 분석해 비교했다. 인류 조상의 장내 미생물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유인원처럼 비슷한 식단과 생활 방식을 지닌 종에서 유의미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결과 유인원의 장내 미생물 가운데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세균의 비중은 30~40%에 달했다. 하지만 수렵·채집인과 중세 농부에게서는 약 20% 수준으로 줄었고, 현대인에서는 불과 5%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인류의 식이섬유 섭취량이 꾸준히 감소해 왔지만 현대에 들어서 더 극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성인 남성은 하루 25g, 여성은 20g의 식이섬유가 필요하다. 매일 잡곡밥과 채소(매 끼니 1~2접시), 과일(하루 1~2회)을 섭취하면 어렵지 않게 충족할 수 있는 양이다. 과거 한국인의 전통 식단은 이를 충분히 만족시켰지만,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가공식품 소비가 늘면서 섭취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잡곡밥과 각종 나물이 어우러진 전통 비빔밥. 채소와 곡물이 풍부해 하루 권장량에 가까운 식이섬유를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한국식 한 끼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22년)에 따르면 2016년 하루 평균 식이섬유 섭취량은 25.3g이었으나 2022년에는 23.0g으로 약 10% 줄었다. 특히 19세에서 59세까지 젊은 연령층에서 두드러졌고, 반대로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식이섬유의 중요성이 홍보된 영향인지 오히려 섭취가 늘었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섭취량은 여전히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권장량은 1000kcal당 14g이지만 실제 섭취는 그 58%에도 못 미친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섭취 장려로 다소 늘긴 했으나 현실은 1000kcal당 8.1g에 불과해 한국인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종별로 살펴보면 흑인의 평균은 7.0g으로 더 낮았는데, 이는 가공식품 섭취가 많은 식습관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이처럼 식이섬유는 부족한데 비해 열량은 과잉인 식단이 미국의 비만 인구 증가를 이끌었고, 당뇨·고혈압·심혈관 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전통 식단 덕분에 상대적으로 유리했지만, 점차 서구화되는 경향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예전에는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속담처럼 밥과 나물이 늘상 식탁에 올랐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옛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몸에 좋다는 슈퍼푸드를 찾아 헤매기보다, 사실은 우리의 잡곡밥과 나물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식이섬유 공급원이었음을 다시 기억해야 할 시점이다.

📌 3줄 요약

  • 🌾 인류는 진화와 식습관 변화로 장내 식이섬유 분해 세균이 크게 줄었다.
  • 🥗 한국도 서구화된 식단 탓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섭취량이 감소하고 있다.
  • 🥬 한국식 잡곡밥과 나물은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는 대표 식단이다.

📚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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