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정의 의학노트] 비타민C 이야기⑦ 비타민 C 합성 능력 상실이 오히려 생존에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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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성체 수컷 기생충의 전자현미경 사진(눈금 500μm).
[사진=데이비드 윌리엄스/일리노이 주립대]

앞서 칼럼들에서 비타민 C의 중요한 역할들에 대해 설명했다. 비타민 C는 여러 효소 반응에 관여해 콜라겐 합성이나 면역 기능 유지에 중요하다. 또 중요한 항산화제로 인체에서 활성 산소에 의한 손상을 막는다. 인간이 하루 소모하는 비타민 C의 양은 많지 않지만, 부족하면 괴혈병이 생기면서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성인 여성과 남성에서 하루 75/90mg 섭취가 권장된다.    

그런데 비타민 C가 이렇게 중요한 물질이라면 왜 우리는 몸에서 직접 만들어내지 않고 이를 먹어서 섭취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실 인간 외에도 많은 영장류와 박쥐, 기니피그가 비타민 C를 합성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두고 오랜 세월 논쟁을 벌여 왔다.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설은 영장류의 조상이 과일이 풍부한 환경에 살면서 비타민 C를 항상 공급보다 보니 GULO (L-gulonolactone oxidase) 효소에 변이가 생겨 비타민 C를 합성하지 못해도 생존상에 불리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필요 없는 비타민 C를 생산하지 않으면서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유리한 형질로 후손에게 전달되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두가 이 이야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로 하는 비타민 C의 양이 많지 않은 만큼 몸에서 합성해도 대사 비용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여기에 만에 하나라도 공급이 끊기는 상황에서는 몇 달 후 치명적인 부족 증상을 겪게 되기 때문에 여전히 생존에 불리할 수 있다.  

인간과 영장류의 적혈구에 있는 GLUT1이 DHA(산화형 비타민 C)를 흡수/재활용하여 필요한 비타민 C 양을 크게 줄여주므로, GULO 상실 개체도 생존 가능하고 계절적 비타민 C 부족에 더 잘 버틴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 역시 없어도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가설이지 없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가설은 아니다.  

중국 푸단 대학의 공웬 첸 (Gongwen Chen)과 텍사스 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의 지형준 (Ji Hyung Jun)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그 이유를 찾아냈다. 바로 기생충인 주혈흡충 감염증 (schistosomiasis)이다. 주혈흡충은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감염되는 열대 기생충 감염병 중 하나로 유충이 있는 물에 접촉하면 피부를 뚫고 들어오거나 혹은 물을 마시는 과정에서 감염된다.  

숙주의 몸에 들어온 주혈흡충은 다른 기생충처럼 스스로 영양분을 얻지 않고 숙주에 의존하기 때문에 물질을 스스로 합성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비타민 C를 스스로 합성하지 못한다. 이렇게 해서 아낀 에너지로 최대한 많은 알을 낳는 것이 일반적인 기생충의 생존 전략이다. 숙주를 감염시킬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된 만큼 많은 알을 낳아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알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비타민 C가 많이 필요하다. 비타민 C는 주혈흡충의 특정 히스톤 탈메틸화 효소를 활성화해, 알을 만드는 난황세포 발달을 도와준다.

연구팀은 비타민 C를 생산할 수 있는 정상 쥐와 비타민 C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든 후 비타민 C 결핍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간헐적으로 비타민 C를 투여했다. 그리고 주혈흡충에 감염시키자 놀라운 차이가 나타났다. 정상 쥐는 주혈흡충 감염으로 대부분 죽은 반면 비타민 C 합성 능력이 없는 쥐의 사망률은 5%에 불과했다. 비타민 C의 간헐적 결핍이 오히려 숙주의 생존에 더 유리했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비타민 C 합성 능력 소실이 초기 영장류에 유리하게 작용해 후손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래된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지만, 여전히 해석에 주의를 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초기 영장류가 주혈흡충 감염에 취약했다는 증거가 없다. 주혈흡충의 생활사를 보면 높은 나무 위에 사는 영장류보다는 물가에 사는 다른 동물들을 감염시키는 것이 훨씬 쉽다. 또 기생충 때문에 비타민 C 합성을 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동물에서 합성 능력 상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연구팀 역시 ‘고대 영장류에서 GULO 상실이 실제로 양성 선택을 받았는지는, 현재의 방법론으로는 직접 검증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흥미로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결정적인 답이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이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최신호에 발표됐다.  

참고 문헌:   Gongwen Chen et al, Loss of vitamin C biosynthesis protects from the pathology of a parasitic infec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5). DOI: 10.1073/pnas.25177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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