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C의 기능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비타민 C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무슨 기능을 하냐고 물으면 생각보다 대답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여기서는 비타민 C가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인 면역 기능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간단히 살펴보겠다.
흔히 감기나 다른 염증에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는 귤 같은 과일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데 비타민 C가 필수적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비타민 C는 면역의 가장 첫 단계인 물리적 방어벽부터 관여한다. 바로 피부와 점막을 튼튼하게 유지해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타민 C의 주요 기능은 콜라겐 합성을 돕는 것이다. 콜라겐은 피부, 뼈, 연골, 인대 등 신체 결합조직의 주요 구성 단백질이며, 그 기능적 안정성은 특정 아미노산에 수산기(-OH)를 추가하는 수산화(hydroxylation) 과정에 달려 있다. 비타민 C는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조효소로 작용해 콜라겐 분자가 안정적인 삼중나선 구조를 이룰 수 있게 한다.
만약 비타민 C가 부족하면 수산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불안정한 콜라겐이 만들어지고 금방 분해되어 조직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괴혈병에서 특징적인 잇몸 출혈 증상도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잇몸뿐 아니라 피부와 점막 전체가 약해지면서 세균이 침투하기 쉬운 환경이 되어 감염에 취약해진다. 또한 상처가 생겨도 잘 낫지 않게 되어 세균 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된다.
결국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을 통해 피부와 점막 조직이라는 우리 몸의 1차 방벽을 유지하고 면역을 시작 단계부터 지켜준다. 하지만 아무리 방벽이 튼튼해도 몰래 침투하는 세균은 있게 마련이다. 이 세균을 잡아주는 면역 세포들 역시 비타민 C를 필요로 한다.
우리 몸에 병원균이 침투하면 면역 세포가 달려가 세균을 퇴치한다. 그런데 눈과 귀가 없는 면역 세포가 병원균이 침투한 장소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어디인지 알려주는 화학적 신호가 필요하다.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neutrophil)가 세균이 왔다는 신호를 받고 달려가는 화학주성(chemotaxis) 과정에도 비타민 C가 관여한다.
그리고 세균을 잡는 과정에서도 비타민 C가 필수적이다. 비타민 C는 호중구 및 대식세포(macrophage)에서 병원균을 잡아먹는 탐식소체(phagosome) 형성 과정을 강화하고 미생물을 제거하는 과정에 관여하며, 마지막으로 세균과 싸우다 죽은 호중구를 대식세포가 제거하는 과정까지 관여한다. 이처럼 선천적 면역 세포의 활동 전반에 비타민 C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나아가 후천적 면역에도 비타민 C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후천적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lymphocyte)의 분화와 증식에도 비타민 C가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면역 반응의 효율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비타민 C는 면역 세포를 보호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세균을 죽이는 데 사용하는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는 세균뿐 아니라 면역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이 손상을 막기 위해 항산화제가 필요한데, 비타민 C가 중요한 수용성 항산화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식물에 비타민 C가 풍부한 이유도 광합성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 때문에 면역 세포, 특히 호중구는 활발한 활동을 위해 혈장 농도보다 10~100배 높은 농도의 비타민 C를 세포 내에 ㅂ축적한다.
비타민 C는 지금까지 열거한 많은 기능 이외에도 다양한 기전을 통해 면역 시스템에 관여한다. 그만큼 쓸 데가 많아서 꼭 필요한 물질이며 우리 몸 곳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필수 영양소다. 따라서 ‘비타민 C를 많이 보충하면 각종 감염병과 다른 질병에서 경과가 더 좋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세운 연구자가 많았고, 실제로 많은 임상실험도 이뤄졌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 내용들을 다뤄볼까 한다.

🥝🍊🍋3줄 요약.
-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을 도와 피부·점막을 튼튼하게 유지하며 면역의 첫 방어선을 지킨다.
- 호중구와 대식세포 같은 면역 세포가 병원균을 찾아가 싸우는 과정 전반에서 비타민 C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 항산화 기능을 통해 면역 세포를 보호하며 선천·후천 면역 모두의 효율을 높인다.
📌🍊📖참고 문헌.
- Carr AC, Maggini S. Vitamin C and Immune Function. Nutrients. 2017;9(11):1211. Published 2017 Nov 3. doi:10.3390/nu9111211
- Cerullo G, Negro M, Parimbelli M, Pecoraro M, Perna S, Liguori G, Rondanelli M, Cena H, D’Antona G. The Long History of Vitamin C: From Prevention of the Common Cold to Potential Aid in the Treatment of COVID-19. Front Immunol. 2020 Oct 28;11:574029. doi: 10.3389/fimmu.2020.57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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