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하는 기계공학자 후안 에스피노자는 농장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과일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 농업 자동화 장치를 개발했다. 그는 이 기술을 통해 농부와 노동자의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으며, 나아가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J. Espinoza]
농장에서 시작된 아이디어, ‘과일을 다치지 않게 따는 로봇’
에스피노자의 가족은 1990년대 멕시코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부모는 아몬드와 포도, 장미 같은 작물을 수확하는 일을 했다. 그는 15살이 되자 형제들과 함께 농장에서 일해야 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돈의 가치를 알게 하고 더 나은 삶을 꿈꾸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훗날 그의 진로를 결정짓는 계기가 됐다. 그는 농장에서 과일을 잘못 따면 쉽게 상처가 나고, 그로 인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을 직접 보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감귤 수확용 로봇 팔 끝에 장착되는 ‘엔드 이펙터(end effector)’라는 농업 자동화 장치를 설계했다. 쉽게 말해 로봇의 ‘손’ 역할을 하는 장치다.
이 장치는 과일을 부드럽게 잡는 집게와, 줄기를 정확하게 자르는 절단 장치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절단 장치는 실제 농부들이 사용하는 가위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해 과일 손상을 최소화한다. 덕분에 과일을 안전하게 수확할 수 있고, 품질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이 농업 자동화 기술은 농장 노동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여름철 강한 더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열사병이나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게다가 농업 현장에서는 일손 부족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에스피노자는 자신의 장치가 이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농업 자동화 개발자로 성장하기까지… 그리고 더 큰 목표
그가 처음 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프로젝트 리드 더 웨이(Project Lead the Way)’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과 컴퓨터 제어 장비를 접했고, 그 경험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
하지만 대학 진학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한 ‘1세대 대학생’이었다. 주변에 대학 생활이나 진로에 대해 조언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을 스스로 부딪히며 배워야 했다. 그는 이런 과정이 오히려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직접 겪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더 깊은 배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최근 농업 기술이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과거에는 농부들이 직접 기계를 수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센서와 컴퓨터가 결합된 고가 장비가 많아지면서 전문가 없이는 고치기 어려워졌다. 이른바 ‘수리할 권리’ 문제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농업 자동화 개발을 넘어 에스피노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차 분야에 있다. 그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차량, 특히 혼다 시빅이나 토요타 코롤라 같은 대중적인 모델을 더 저렴하고 쉽게 수리할 수 있게 개선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NewsExplores, “This engineer designed a device to make farm work eas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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