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온 김치는 대표적인 발효 식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소금에 절인 배추와 강한 양념 때문에 짠 음식, 나트륨 과다 섭취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치가 오히려 혈압과 대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나와 흥미를 끈다.
짠 음식이지만···발효 유산균, 나트륨 상쇄하고 배출 도와
미국 코네티컷대(CAHNR) 연구진은 2011~2023년 사이 발표된 김치 관련 최신 연구 9편을 종합 분석했다. 이 가운데 무작위 개입연구 5편(참가자 205명)과 코호트 연구 4편(4만2,455명)을 메타분석한 결과, 김치를 꾸준히 섭취한 집단은 공복 혈당이 평균 1.93mg/dL 낮고, 중성지방은 28.88mg/dL 감소했으며, 수축기 혈압은 3.48mmHg, 이완기 혈압은 2.68mmHg 떨어졌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식습관만으로 이 같은 개선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김치가 나트륨 함량이 높은 발효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배추와 무 같은 재료가 제공하는 칼륨이 나트륨의 혈압 상승 작용을 상쇄한다. 둘째,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젖산균 등 유익균이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나트륨 배출을 촉진한다. 실제 동물과 인체 연구에서도 저염 김치는 혈압이나 심혈관 부담에 불리하지 않았고, 고염 대비 위험이 줄어드는 양상이 확인됐다.
또한 김치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발효로 늘어난 프로바이오틱스가 소화 기능을 돕고, 복부 팽만이나 변비,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2024년 한국인 11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하루 1~3회 김치를 섭취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전반적인 대사 지표가 더 건강했으며, 남성의 경우 배추김치 섭취군에서 비만율이 낮았고, 남녀 모두 깍두기를 먹은 집단에서 복부 지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미국이나 유럽 등 다양한 식습관과 유전적 배경을 가진 집단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진도 “김치의 건강 효과를 다양한 인구 집단에 일반화하려면 서구권에서 개입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치는 본래 겨울철 저장 식품으로 발효해 먹던 방식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에는 2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한류의 확산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미국 시장만 해도 2035년에는 약 8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김치는 나트륨의 부담을 넘어 칼륨과 발효 미생물, 발효 산물이 함께 작동해 혈압·혈당·지질을 개선하는 발효 채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Nutrition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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