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하는 핵심 유전자인 SORL1을 규명했다. 또 여러 유전 변이가 동시에 존재할 때 발병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누적 효과(cumulative effects)’ 모델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치매 환자의 전장 유전체와 아밀로이드 PET 뇌영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이뤄졌으며,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최근 게재됐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사업(BRIDGE)을 통해 2021년부터 구축 중인 한국인 노인성 치매 코호트 자료를 활용했다. 정상인, 경도인지장애, 치매 환자를 장기간 추적해 임상·유전·영상 정보를 수집한 데이터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SORL1 유전자가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PP)의 세포 내 수송과 분해를 조절해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SORL1의 기능이 저하되면 아밀로이드 분해가 지연돼 뇌 내 축적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신경세포 손상과 인지기능 저하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러 위험 유전 변이가 동시에 존재할 경우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누적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유전 조합에 따른 발병 예측이 가능한 모델을 제시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은 유전 요인이 60~80%를 차지하지만, 기존 연구는 대부분 유럽인 중심으로 진행돼 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코호트를 대상으로 뇌영상과 유전체 데이터를 결합해 병리 수준에서 발병 기전을 직접 규명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공동연구를 이끈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병리적 바이오마커와 유전 정보를 통합 분석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생물학적 원인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정밀 예측과 맞춤 치료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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