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노래를 불렀다면?···3D 프린팅 악기로 복원된 선사시대 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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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티라노사우루스의 포효는 대중문화 속에서 공룡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실제로 어떤 소리를 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화석은 뼈와 흔적을 남기지만, 목소리는 남기지 않는다. 이 불확실성을 음악과 과학을 결합해 탐구하는 연구자가 있다. 미국 서던메서디스트대학교의 코트니 브라운은 공룡 두개골 구조를 토대로 악기를 제작해 ‘공룡의 음향’을 실험적으로 복원하고 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포효하는 장면. 깊고 울림이 큰 저음의 ‘roar’로 대중에게 각인된 공룡의 대표적 사운드를 상징한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해두로사우르스의 두개골을 악기로

브라운이 주목한 대상은 약 7천만 년 전 북미에 살았던 오리주둥이 공룡, 해두로사우루스류다. 이 집단의 공룡들은 머리 위에 볏처럼 길게 뻗은 공기 통로를 지니고 있었는데, 연구자들은 그것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저음을 공명시키는 발성 장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브라운은 이 가운데 코리토사우루스의 두개골을 CT로 정밀 스캔하고, 3D 프린팅으로 재현해 나팔처럼 불 수 있는 악기를 만들었다. 공기가 구조물 내부를 통과하며 증폭되자, 악기는 속삭이는 듯한 잔향부터 깊게 울려 퍼지는 저음까지 다양한 소리를 토해냈다. 인간에게 낯설고 기묘한 이 울림은, 당시 공룡이 내던 ‘음성 풍경’을 엿보게 한다.

이후 그는 디자이너 체자리 가예브스키와 손잡고 악기를 한층 발전시켰다. 코로나19 이후 직접 악기에 입을 대지 않고도 연주할 수 있도록, 센서와 디지털 음성 합성 장치를 결합한 것이다. 사용자의 호흡이나 성대 진동은 전기 신호로 변환되고, 이는 다시 공룡 두개골 모형을 통과하며 소리로 되살아난다. 카메라가 연주자의 입 모양을 추적해 음색을 바꾸기도 하고, 어떤 모델은 조류의 발성기관인 시린크스를 모방해 새와 흡사한 울음을 재현한다. 단순히 과거의 공룡을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멸종 생물과 현생 생물의 발성 원리를 연결해보려는 실험인 셈이다.

3D 프린팅으로 복원된 코리토사우루스 두개골 악기. 공룡의 머리뼈를 본뜬 구조에 센서와 장치를 연결해, 멸종한 공룡의 울음을 실험적으로 재현한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브라운이 ‘다이노사우르 합창단(Dinosaur Choir)’이라 이름 붙인 이 프로젝트는 예술 퍼포먼스에 머무르지 않는다. 공룡 두개골의 해부학적 구조가 어떤 음향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며, 고생물학의 가설을 청각적 경험으로 풀어내는 시도다. 그는 앞으로 노도사우르 같은 다른 종의 복잡한 비강 구조까지 악기로 구현해볼 계획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선사시대의 소리를 오늘날의 음악적 언어로 번역하려는 구상도 밝히고 있다.

공룡의 실제 음성은 끝내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브라운의 시도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예술적 도구로 전환해, 공룡을 새로운 감각 경험의 대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Dinosaur tracks reveal first evidence of mixed-species herding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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