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겨울이 더 따뜻해지면서 눈 속 생태계, 일명 ‘서브니비움(Subnivium)’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들은 이 겨울 생태계의 손실이 겨울뿐 아니라 일 년 내내 숲 전체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하 20도에도 지면은 영상 1도… 생명의 요람 ‘서브니비움’
라틴어로 ‘눈 아래’를 뜻하는 서브니비움은 자연이 만든 천연 이글루와 같다. 겨울철 눈 아래와 지면 사이에 형성되는 얇은 공기층이자 미세한 서식 공간을 뜻하는데, 눈은 공기를 많이 포함해 단열 효과를 내기 때문에 이 공간은 바깥 공기보다 비교적 따뜻하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조너선 폴리 교수는 “외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져도 서브니비움 내부 온도는 물의 빙점보다 높은 섭씨 1도 안팎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한다. 이 1도의 차이는 생물들에게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경계선이다. 한겨울에도 이 공간에서는 식물의 뿌리가 자라고, 미생물이 활동하며, 작은 포유류들이 사냥과 번식을 이어간다.

미생물부터 포식자까지… 숲의 ‘겨울 엔진’
서브니비움의 생물들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숲 전체의 영양 순환을 일으키는 엔진처럼 작동한다. 미생물들은 가을에 쌓인 낙엽을 분해해 탄소와 영양분을 축적하고, 이 영양분은 봄철 식물이 깨어나는 시점에 정확히 맞춰 토양으로 방출되어 숲의 성장을 돕는다.
거미, 지네 등 절지동물들은 눈 밑 미로를 누비고 다니며 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한다. 레밍과 같은 소형 포유류는 이곳에 굴을 파고 생활하며, 아메리카담비(Martes americana) 같은 포식자들은 이들을 사냥하기 위해 눈 속으로 파고 든다. 심지어 뿔멧새(Bonasa umbellus)와 벚나무산토끼(Lagopus lagopus) 같은 새들도 혹한을 피하기 위해 서브니비움을 피난처로 삼는다.
기후 변화의 역설… “따뜻한 겨울이 생태계엔 치명적”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 ‘천연 이글루’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온이 상승해 눈이 비로 바뀌거나 적설 기간이 짧아지면 서브니비움은 형성되지 않는다. 보온 덮개가 사라진 지면은 오히려 혹독한 추위에 직접 노출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북반구의 적설 면적은 10년마다 2.2%씩 감소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보온층이 사라지면 식물의 뿌리는 얼어 터지고, 미생물은 사멸하며 봄에 쓰여야 할 영양분이 제때 공급되지 못해 나무의 성장이 위태로워진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연구진은 탄소 배출량 제제를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후 피난처’ 확보를 제안한다. 햇빛이 덜 드는 북쪽 경사면이나 숲의 나무 밀도를 조절해 눈이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이른바 ‘골디락스 지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숲의 지붕인 수관층을 적절히 관리하면 눈이 지면에 더 잘 쌓이면서도 그늘을 형성해 해빙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 News, “Life in the subnivium, beneath the snow, is at risk of melting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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