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집을 나서고, 거실 TV가 켜진 채 개 한 마리가 소파 앞에 앉아 있다. 화면 속 동물이 움직이자 귀가 반짝 움직이고, 낯선 소리가 울리면 고개를 갸웃한다. 어떤 개는 화면을 향해 짖거나 달려들고, 어떤 개는 몇 초 만에 흥미를 잃고 자리를 뜬다. 단순한 배경 소음일까, 아니면 이들에게도 ‘보는 것’의 의미가 있는 걸까.
미국 오번대학교 연구팀은 반려견들이 TV 콘텐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반응이 성격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개는 TV를 단순한 시각 배경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현실 자극처럼 받아들이며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성격에 따라 다른 반응, TV는 감각 자극제로 작용
연구팀은 반려견의 TV 반응을 평가하기 위해 ‘개 TV 반응 척도(Dog Television Viewing Scale, DTVS)’를 개발하고, 전 세계 반려인 6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TV에 반응한 453마리의 데이터를 분석에 활용했다.
반려견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첫째, 화면 속 개·고양이·야생동물 등 동물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는 경우, 둘째, 움직임을 실제처럼 인식해 화면을 따라가려는 경우, 셋째, 초인종 소리나 자동차 소리 같은 비동물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다.
이때 반응의 핵심 변수는 ‘시각인지냐 청각인지’가 아니라, 자극이 동물형인지 비동물형인지였다. 그리고 이 차이는 개의 성격적 기질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다. 예컨대 활발하고 자극에 민감한 개는 화면 속 동물이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따라가려는 경향을 보였고, 불안 성향이 높은 개는 초인종 소리나 낯선 음향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
반면 나이, 품종, 중성화 여부, TV 시청 경험 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연구는 TV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개에게 감정적·인지적 자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반려견에게는 정서적 자극과 심리적 안정을 동시에 제공하는 ‘환경 풍부화(enrichment)’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구팀은 “반려견은 화면 속 장면을 현실처럼 인식하며, 그 반응은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TV 콘텐츠의 종류와 자극 강도를 조절하면 반려견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호자가 자리를 비운 동안, 개의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은 반려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오번대학교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2024년 12월 국제 학술지 응용동물행동과학(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에 발표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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