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이 착륙장에 조용히 안착했다. 지난날 이곳은 생명체가 전혀 없는 붉은 먼지로 덮인 황량한 행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초원이 있고, 도시에는 공원이 있으며, 거리의 사람들은 화성의 공기를 마시며 숨 쉬고 있다.” 아직은 소설 속 장면이지만, 인류가 화성에 도착할 날이 멀지 않은 지금, 이런 상상은 점점 현실적인 질문이 되고 있다. 화성에서 오래 살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척박한 환경을 바꾸는 ‘테라포밍(terraforming)’이다.

이산화탄소와 산소, 화성 생존의 핵심 요소
화성은 평균 기온이 –60℃ 이하, 대기압은 지구의 0.6%에 불과해 인간이 그대로는 생존할 수 없다. 대기 조성은 95% 이상이 이산화탄소지만 절대량이 너무 적어 온실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 지구의 절반 크기, 10분의 1 질량, 38% 중력이라는 조건 때문에 두꺼운 대기를 붙잡을 힘도 부족하다. 따라서 테라포밍의 첫 단계는 대기량을 늘려 온실 효과를 강화하고 기온을 높이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극지방과 지하에 매장된 드라이아이스와 얼음을 녹여 대기로 방출하는 방법을 검토한다. 이론적으로 화성 대기를 지구의 7% 수준까지 늘릴 수 있지만, 화산 폭발을 인위적으로 일으키거나 소행성을 충돌시키는 가설적 방법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또한 이산화탄소가 늘어난다 해도 기온 상승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산소 확보도 필수다. 현재 화성 대기 중 산소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인체는 질소 같은 불활성 기체와 함께 산소를 흡입해야 안정적인 호흡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히 산소만 채우는 것도 답이 아니다. 암석이나 물을 전기분해하는 기술은 막대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일부 연구자들은 20억 년 전 지구 대기를 변화시킨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에 주목한다. 당시처럼 미생물을 화성 환경에 적응시켜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도록 하는 생물학적 테라포밍 구상이다. 그러나 이는 수천 년 이상 걸리는 장기적 전략에 가깝다.
지구는 여전히 패러다이스 행성
설령 대기와 산소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화성은 여전히 인간에게 가혹하다. 자기장이 없어 태양 방사선이 그대로 쏟아지고, 대기 중 붉은 먼지는 호흡기에 치명적이다. 지구의 3분의 1에 불과한 중력은 장기 체류 시 근육과 뼈를 약화시킨다. NASA는 2030년대 화성 유인 탐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화성을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면 대기 확충, 산소 생산, 방사선 차단, 저중력 적응 등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지구는 적절한 온도와 대기, 물과 산소를 갖춘 행성으로 우주에서 매우 드물다. 화성을 개척하려는 꿈은 도전적이고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야말로 여전히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패러다이스 행성’임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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