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과학] 초저주파음(infrasound)은 왜 귀에 들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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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인간은 일정 범위의 주파수만 들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가청 범위는 20Hz에서 20,000Hz(20kHz) 사이로, 이보다 높은 소리를 초음파(ultrasound), 이보다 낮은 소리를 초저주파음(infrasound)이라 부른다. 즉, 인간의 귀는 너무 빠른 진동이나 너무 느린 진동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음파가 인간의 생명 활동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infra’는 ‘아래’를 뜻한다. 초저주파음은 인간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진동수를 가진 소리다. 반대로 금속을 깎을 때처럼 매우 높은 주파수의 소리는 초음파에 가까워 사람에게 불쾌감을 준다.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초음파를 듣지 않게 된 것은 오히려 생리적으로 유리한 적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초저주파음도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묘한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한다. 귀로는 들리지 않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저음의 압박’ 때문이다.

Infrasound: 초저주파음, Audible frequency: 가청주파수, Ultrasound : 초음파

💫 초저주파음이 발생하는 곳

천둥이 칠 때 구름 속에서 울리는 우르릉거리는 소리, 사자의 포효, 대형 트럭 엔진의 깊은 진동에는 모두 초저주파음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음향학자들은 1~19Hz의 영역뿐 아니라 0.1Hz, 심지어 0.001Hz 수준의 극초저주파도 탐지하고 연구한다.

이러한 초저주파음은 자연계와 인체, 그리고 인공 구조물에서 다양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지진 발생 전 지각의 미세한 움직임, 화산 활동, 지하에서의 원유 형성 과정, 폭포의 낙하 충격, 폭풍과 천둥, 풍력발전기의 회전 로터, 심지어 인체의 심장박동이나 혈류 진동에서도 초저주파가 생성된다.

즉, 초저주파음은 지구의 대기와 생명 활동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존재하는 ‘저주파의 배경음’이다. 과학자들은 초저주파음을 감지하기 위해 인프라사운드 센서(infrasound sensor)나 지진계(seismometer) 같은 고감도 탐지기를 사용한다.

이 기술은 단순히 음향학 연구를 넘어 지진 예보, 화산 폭발 감시, 폭발 실험 탐지 등에도 활용된다. 또한 음악공학에서도 초저주파의 공명 원리를 이용한다.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은 사람의 성대가 낼 수 없는 저주파 영역의 음을 재현하며, 초대형 스피커를 통해 그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 초저주파음을 듣는 동물들

박쥐가 초음파로 장애물을 탐지하듯, 일부 동물은 초저주파음을 이용해 의사소통한다.
고래는 초저주파음을 내어 수백 km 떨어진 개체와 교신하며, 코끼리·하마·코뿔소·기린·악어·공작새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이들은 모두 체구가 크고, 서식지가 넓으며, 개체 간 거리가 먼 종들이다. 초저주파음은 파장이 길고 감쇠가 적어, 먼 거리에서도 손실 없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사자와 호랑이의 포효에는 18Hz 이하의 초저주파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먹이나 적에게 강한 공포감을 준다. 코끼리는 15~35Hz의 음을 내며, 그 소리가 10km까지 전달된다고 알려져 있다.
수염고래 또한 비슷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지만, 물속에서는 감쇠가 더 적어 수천 km 떨어진 개체와도 교신이 가능하다.
일부 철새들 역시 장거리 이동 중 초저주파음을 이용해 방향을 인식하거나 무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인간이 느끼는 소리의 한계

사람이 불쾌하게 느끼는 소리를 소음(騷音)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듣는 음역은 1,000~5,000Hz이며, 일상 대화는 250~4,000Hz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5,000Hz를 넘는 고주파나, 일정 이하의 초저주파는 듣기 어렵거나 불쾌하게 느껴진다.

소리가 들리는 이유는 음파의 에너지가 고막을 진동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저주파는 파장이 길고 진동수가 매우 낮아, 고막이 반응하기엔 진폭이 너무 크고 에너지는 분산된다.

이 때문에 귀로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초저주파의 진동은 공기를 통해 인체 전체에 전달되어, 피부나 장기, 뼈를 미세하게 흔들 수 있다. 강한 초저주파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구역감, 가슴 압박감, 불면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고막이 아닌 신체 깊은 곳의 조직이 진동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즉, ‘듣지 못하는 소리’도 인체에 충분히 영향을 미친다.

🔉 보이지 않는 진동, 느껴지는 소리

초저주파음은 인간의 감각 범위를 넘어선 물리적 진동이다. 지구 대기, 해양, 생명체 내부, 심지어 인공 구조물까지 이 진동의 영향을 받는다. 초저주파는 지진과 화산의 전조를 알리고, 대기 변화를 감지하며, 대형 동물의 장거리 교신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인간의 귀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 존재는 명확히 물리적으로 측정되고 관찰된다.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초저주파음은 여전히 지구 곳곳을 진동시키며,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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